이 기사는 12월 13일 09: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영그룹이 국내 1위 폐기물처리업체인 에코비트를 2조700억원에 매각하고도 1000억원을 건지는 데 그쳤다. 2년 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며 맺은 주주 간 계약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나머지 매각 대금은 모두 KKR 주머니로 들어갔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과 KKR은 에코비트를 IMM컨소시엄(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에 2조700억원에 매각하는 거래를 전날 마무리했다. 에코비트는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지분을 50 대 50으로 보유하던 회사다.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지만 에코비트 매각 대금은 반으로 나누지 않았다. 2조700억원 중 1조6440억원은 KKR이 자신의 몫으로 가져갔다. 남은 4260억원는 티와이홀딩스 몫으로 배정됐지만 이 역시 티와이홀딩스가 KKR에 빌린 차입금 4000억원과 이자를 갚는데 전액 사용했다. 2조700억원에 에코비트를 매각하고도 티와이홀딩스는 수중엔 한 푼도 들어오지 않은 셈이다.
대신 에코비트는 매각 전 중간배당을 했다. 약 1059억원을 현금배당했는데 KKR은 배당을 받지 않고, 티와이홀딩스만 배당을 받는 차등배당 방식으로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에코비트 지분 50%를 매각하고도 티와이홀딩스에 실질적으로 유입된 돈은 1059억원에 그쳤다.
이런 방식으로 배분이 진행된 건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2023년 초 맺은 주주 간 계약 때문이다. 당시 자금난에 허덕이던 태영그룹은 티와이홀딩스가 KKR에 4000억원을 빌리는 대가로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제공했다. 양측은 주주 간 계약으로 티와이홀딩스에 심각한 재무적 위기가 발생하면 KKR이 에코비트 지분에 대해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도 달았다.
지난해 초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해 티와이홀딩스로도 재무적 위기가 번지면서 담보권 행사 조항이 발동됐다. 다만 KKR은 태영그룹이 처한 위기 상황을 감안해 일방적으로 담보권을 행사하는 대신 공동 매각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에코비트가 일정 가격 이상으로 매각되지 않으면 매각 대금을 KKR이 먼저 가져가는 계약을 맺었다. 최대 3조원까지 거론되던 에코비트는 2조700억원에 매각되는데 그쳤고, 매각 대금은 모두 KKR이 가져가게 됐다.
당초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티와이홀딩스가 에코비트를 매각하고,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자구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에코비트가 매각되면서 태영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긴 어려워졌다.
다만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태영건설은 이미 채권자의 출자전환 등으로 재무적 부담을 상당 부분 덜었고, 정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준공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도 에코비트 매각으로 매년 이자로만 520억원씩 나가던 4000억원의 채무를 정리한 건 의미가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태영그룹 입장에선 당시 채권단 동의를 받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위해 에코비트 매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핵심 사업인 에코비트를 내주고도 현금이 유입되지 않은 건 아쉬운 일이지만 에코비트 매각으로 태영그룹은 재무적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에코비트는 2021년 TSK코퍼레이션과 에코솔루션그룹(ESG)이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KKR은 에코비트 지분 50%를 확보하는 데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KKR은 이번 매각으로 원금 이상을 회수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에코비트 매각을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제값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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