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부진의 늪에 빠졌던 농심 주가가 최근 꿈틀대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내수 침체 장기화로 제품 판매가 부진했지만, 내년부터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공장 신규 라인 가동과 월마트 메인 매대 이동, 신제품 효과 등 긍정적 변화에 주목할 시점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17분 기준 농심은 전 거래일보다 4.53% 오른 36만95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15일 기록한 신저가 31만7000원과 전날 종가를 비교하면 11.5% 반등했다.
농심 주가는 하반기 들어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6월13일 59만9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불과 5개월 만에 반토막 났다. 시가총액은 하반기 들어 이달 12일까지 7330억원가량 증발했다. 실적 악화로 투자심리가 크게 꺾인 탓이다. 실제 농심의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와 32% 줄어든 8504억원, 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53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리스크가 국내 증시 전반을 짓누른 와중에도 주가가 반등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은 기관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개인과 외국인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각각 57억4388만원, 23억3314만원어치를 팔아치운 반면, 기관은 68억5145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 7월 12억1530만원어치를 순매수한 후 △8월(-19억2022만원) △9월(-42억2897만원) △10월(-66억5495만원) △11월(-66억5829만원) 등 순매도 기조를 유지해왔다. 농심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하면서 장바구니에 다시 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농심 수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농심의 올 4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와 6% 증가한 8932억원, 41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영업이익은 5개 분기 만에 증가 전환한다. 국내 별도 매출은 6289억원으로 전년보다 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법인 매출은 2537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법인은 월마트 메인 매대 이동 등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 법인은 2공장 신규 라인 가동과 월마트 메인 매대 이동 효과가 반영되면서 매출 반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중국 법인도 온라인 채널 정상화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수 회복이 더디지만, 신제품 '신라면 툼바' 출시 효과가 이를 상쇄할 것이란 기대다. 농심은 신제품 신라면 툼바 광고모델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를 통해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를 기용해 홍보에 나섰다.
하나증권은 중남미 지역으로의 시장 확대와 신제품 신라면 툼바 등 라인업 확장 효과를 감안할 때 농심의 내년 매출이 전년 대비 17.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연내 멕시코에 영업지점을 설치할 계획이다. 농심이 중남미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처음으로 전해졌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올해 40%에서 내년 44%로 4%포인트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수출이 동남아시아와 유럽 수요 증가에 기인해 견조한 가운데 북미 법인은 올 4분기부터 내년까지 유의미한 성장이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월마트 매대 이동만으로도 전년 대비 10% 내외 매출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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