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그린북서 '경기회복' 문구 빠졌다

입력 2024-12-13 12:53   수정 2024-12-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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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는 경기 판단을 13개월 만에 바꿨다. 비상계엄 사태로 커진 불확실성이 연말 소비와 투자심리를 눌러 경기 하방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같은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최근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경기 위험 요인으로 꼽아 부정적 전망이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달 그린북에선 ‘내수 회복 조짐’이란 표현을 7개월 만에 삭제했다. 그러면서도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는 유지했다. 하지만 이달에는 ‘경기 회복세’란 문구도 없앴다. 경기 회복세라는 표현은 작년 11월 그린북에서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 이후 계속 등장했는데 13개월 만에 사라진 것이다. 그 대신 ‘하방 위험 증가 우려’라는 표현이 새로 들어왔다.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2016년 12월 그린북에도 “국내적 요인에 의한 소비·투자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확대 우려가 있다”는 표현을 썼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까지도 내수는 활기가 없었다. 상품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를 보면 지난달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7% 감소해 마이너스 전환했다. 백화점 카드 승인액도 지난 10월 1.4% 증가에서 11월 5.5% 감소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율은 54.4%에서 37.3%로 둔화했다. 다만 신용카드 승인액(2.9%)과 할인점 매출액(1.8%)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10월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과 설비투자도 각각 4.0%, 5.8% 역성장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선박 등 수요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하고 통상 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민생 안정 지원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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