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해외여행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국내 정세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커지면서다. 연내 150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국내로 발길을 돌리는 여행객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여행 수요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이달 국내 여행 상품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다른 온라인 여행사도 비슷한 양상이다. 통상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연휴와 해돋이 행사 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만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상승 폭을 보이는 건 의외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에는 국내 여행 수요도 높은 편이지만 올해는 환율 상승폭이 커지면서 해외여행을 취소하고 국내에서 휴일을 즐기려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2년여 만에 최고치인 1410원대를 넘어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 선포한 직후에는 1440원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미국 금리인하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하락하던 환율은 1430원대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태가 길어지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 달 괌으로 가족 여행을 준비 중인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혼자였다면 환율 때문에 여행지를 바꾸는 고민을 하지 않았을 텐데 가족 여행이라 매일 환율 상황을 확인해보고 있다"며 "계속 오르기만 하면 해외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에 주력해온 국내 여행업계는 연말 프로모션 출시로 늘어나는 국내 여행 수요 대응에 나섰다.
모두투어는 새해 첫날 해돋이 고객을 위한 기획전을 출시했다. 강릉 정동진, 포항 호미곶, 부산 해운대 등 해맞이 명소와 주변 관광지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 특히 부산 해운대 해변열차 일출 상품은 3040세대의 예약 비중이 85%를 차지하며 젊은 연령층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노랑풍선도 신년맞이 일출 여행 기획전을 선보였다. 이동 수단과 고객의 일정 및 취향에 따라 무박 버스 여행, 무박 기차 여행, 1박 2일, 제주도 3일&4일 등 국내 일출 명소뿐만 아니라 지역별 주요 관광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여행 문의와 예약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관련 상품 안내로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사태가 빨리 안정되지 않으면 국내여행 심리도 위축될 수 있어 결국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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