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과정에서 비교적 소수인 상가 조합원을 일방적으로 배제할 순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 자격뿐만 아니라 재건축 과정에서 상가에 불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순 없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상가와의 갈등을 겪는 재건축 단지가 많은 만큼 사업 추진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핵심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초구 진흥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상가 조합원들이 제기한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상가 조합원의 신뢰를 침해할 만큼 조합의 총회 결정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앞서 조합은 2019년 상가 조합원과 재건축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재건축 후 상가의 토지 면적을 일정 부분 보장하고 재건축 과정에서 토지가 종상향되더라도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조합이 지난해 합의 내용을 무시하고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상가 측이 자율적으로 재건축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한 약속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상가 조합원은 조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조합이 상가 조합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상가 조합원과 이전에 했던 합의서가 판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최근 정비사업지마다 상가와 사전 합의를 하는 곳이 많아 판결의 영향을 받는 단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와 합의서 때문에 소송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내야 하는 조합도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상가재건축위원회에 1500억원을 납부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2016년에 작성한 합의서에서 상가 면적 중 일부를 신축 아파트 부지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개발이익을 상가 조합원에게 돌려준다는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단지일수록 상가와 재건축 합의 내용을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상가와 합의 내용이 분담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선 제척(사업에서 배제) 소송 등을 사업 초반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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