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당연히 배워야죠"…BMW·벤츠·도요타 확 달라진 이유 [최수진의 나우앤카]

입력 2024-12-15 14:16   수정 2024-12-1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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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지난 12일 다카유키 기무라 마세라티코리아 총괄은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저에서 열린 마세라티 110주년 간담회에서 발표의 시작인사와 끝인사를 한국어로 장식했다. 어색했지만 또렷했던 그의 한국어 솜씨는 마세라티코리아가 지난 7월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소통에 나서겠다고 한 이후에 나온 것이라 의미를 더했다.

언어는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이 때문인지 수입차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 임직원이 한국어 솜씨를 선보이며 '친한' 행보를 보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얘기로 읽힌다. 다카유키 총괄의 한국어 인사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콘야마 마나부 도요타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부임 이후 여러 번 한국어 솜씨를 뽐냈다. 그는 평소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도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도요타 신형 크라운 출시 행사에서는 인사는 기본이고 일부 발표까지 한국어로 진행했다. 콘야마 사장은 부임 이후 13년째 도요타코리아가 진행하고 있는 김장 행사에도 빠지지 않았다. 콘야마 사장은 김장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요타가 한국 사회에서 공감받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열렸던 BMW의 신차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X3' 간담회에서도 낯익은 한국어 발표가 들렸다. 메신 카타리나 BMW코리아 상품기획팀 매니저는 PPT 발표에 앞서 상당 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발휘했다. 업계 관계자는 "CEO가 아닌, 외국인 직원이 한국어로 발표를 진행하는 일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간담회는 아니지만 지난해 4월 온라인으로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완전 변경 모델 출시 월드 프리미어 영상에도 한국어 대사가 나왔다. 한 외국인이 서툰 솜씨로 "다시 급등하기 전에 레드칩이랑 블루칩을 손에 넣어야 합니다. 오늘 저녁 안에 처리하세요"라고 한국말을 한 것. 9분 30초가량 이어지는 글로벌 광고안에 한국어를 넣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분위기는 수입차 업계의 전략적 판단으로 비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무시하지 못할 시장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BMW나 벤츠의 경우, 한국 시장 점유율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시장이다. 한국어가 들어갔던 벤츠 E클래스 글로벌 광고로 보자면, E클래스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해당 행사에 큰 관심을 가질 것이란 판단이 깔렸을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기에는 그만큼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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