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시간씩 한다" 한강이 공개한 루틴…내게도 효과 있을까 [건강!톡]

입력 2024-12-14 07:36   수정 2024-12-1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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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동안 몇 개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1.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2.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 번 이상 걷기

3.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주전자에 홍차 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 잔씩만 마시기.

그렇게 하루에 예닐곱 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

11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책 집필 루틴(일상 습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루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한강 루틴'이라는 별칭이 붙어 퍼지고 있다.

한강 작가가 6일 스웨덴 스톡홀롬 노벨박물관에 찻잔과 함께 기증한 자필 메시지에는 새벽 기상, 걷기, 차 마시기 등의 루틴이 적혀있었다. 과거에도 한강은 2023년 출판한 인기작 수록집 '디 에센셜 한강'을 통해 "스트레칭, 근력 운동, 걷기를 하루 2시간씩 한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라고 밝힌 바 있다.

삶에서 루틴을 만드는 것에는 어떤 이점이 있으며, 한강 작가가 지켜온 루틴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의학계에서는 사람마다 기상 시간은 다를 수 있어도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2월 미국에서 발표한 '다인종 동맥경화 연구 조사'(MESA) 결과에 따르면 수면 패턴이 불규칙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2배가량 높았다. 대사증후군 발생률도 30% 증가했다.

글쓰기는 스트레스로 인한 집중력을 향상해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품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일기 쓰기는 작성한 내용을 돌이켜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보는 데 도움이 된다. 정신건강의학계에 따르면 불안감으로 인해 생각이 지나치게 많이 하고 피로를 느끼는 '정신적 과잉 활동 증후군'(PESM)의 치유법으로 일기 쓰기를 권하기도 한다.

매일 30분 이상의 산책도 좋은 유산소 운동이 될 수 있다. 특히 성인병 환자의 경우에는 혈당을 낮추고 체중 감량을 돕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걷기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저강도 유산소 운동만 하는 것보다 팔을 크게 벌리거나 보폭을 넓혀 활기차게 걷는 것을 추천한다.

한강 작가가 즐겨 마신다고 밝힌 홍차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노화 예방 등 항산화 효과가 탁월하다. 혈당을 낮추고 이뇨 작용을 촉진하는 효능도 있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홍차에 계피나 꿀을 소량 타면, 신경에 영향을 덜 주면서 각성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상 속 루틴과 관련, 조서은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강 작가뿐만 아니라, 많은 유명인이 SNS를 통해 자신만의 루틴을 소개하고 대중이 이를 모방하는 것이 일상화됐다"며 "일상에서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은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임상에서도 ADHD나 강박 성향이 있는 환자에게 '루틴 만들기'를 적극 권한다. 예컨대 머리카락을 뜯거나 손 씻기 강박 등이 있는 환자에게 강박 행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팔목에 끼워진 고무줄을 살짝 당기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 교수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나 식생활 루틴도 나에게 맞는 것으로 잘 찾으면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루틴을 '하루라도 빼먹으면 안 돼'라는 생각은 조심해야 한다. 건강 관리를 위해 세운 루틴이 도리어 강박으로 번져 루틴을 지키지 못했을 때 불안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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