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증권사가 발행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는 구조인데다 연 5%대 수익률을 자랑해 정기예금보다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금리가 내려가면 ELB를 찾는 투자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지난 9일 100억원 한도로 판매한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전용 ELB'는 3일 만에 조기 완판됐습니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6개월 만기 조건 충족 시 세전 연 5~5.01% 수익률을 제공합니다. 앞서 KB증권이 특별 판매한 ELB 중 1회차도 3일 만에 한도 100억원을 채웠고, 4회차(4일)와 5회차(2일)도 모집 마감일 전에 모두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ELB는 특정 지수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입니다. 원금을 제외한 이자 등의 수익률만 기초자산 가격을 따라갑니다. 증권사들은 ELB로 들어온 자금 90%가량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국공채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위험자산에 투자합니다.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되고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통상 증권사들은 연말 퇴직연금 적립금을 확보하기 위해 고금리 ELB 발행을 늘리는데, 투자자들의 수요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올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본적으로 인하되기 시작하자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 4%대 이자율을 자랑하던 정기예금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5~3.42%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0%)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연 5%대 수익률을 자랑하는 ELB가 돋보인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올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로 ELS에 대한 불신이 커진 점도 ELB의 판매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LB는 ELS와 달리 발행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부도나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돼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은 이 기회에 ELB를 적극 발행하며 자금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의 지난달 원화 ELB 발행액은 2조79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증가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발행된 원화 ELB는 총 20조7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9499억원)보다 68% 급증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형 상품의 수익률이 점점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 5%대의 수익률은 매력적"이라며 "ELB는 대표적인 원금 지급형 저위험 상품으로, 투자 경험이 적은 투자자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중개형 ISA를 통해 투자할 경우 비과세나 분리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며 "최근 중개형 ISA의 절세 효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ELB 판매 증가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부연했습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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