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늦어?"…기약 없는 '붉은사막'에 분노한 개미들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입력 2024-12-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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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 개인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신작 '붉은사막'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시장에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펄어비스는 4분기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신작이 미뤄지는 사이 기존작 '검은사막', '이브' 시리즈의 매출은 줄어들고 있어 투자자들의 걱정이 큰 상황이다.

13일 펄어비스는 전날보다 14.25% 하락한 3만1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가 1.52% 오른 점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3만5350원에 거래를 시작한 펄어비스는 장중 3만75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붉은사막 출시 일정이 공개된 후 3만원까지 급락했다. 지난 4월 23일(종가 3만5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큰 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매물을 쏟아냈다. 펄어비스는 코스닥 기관·외국인 순매도 순위 2위에 올랐다. 하루 만에 기관은 147억원, 외국인은 6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는 206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펄어비스에 투자한 투자자 1만4493명의 평균 손실률(13일 기준)은 38.07%에 달했다. 이후 주가가 더 하락했기 때문에 이들의 손실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붉은사막 기대감이 꺾여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붉은사막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수년 전부터 초대형 신작으로 꼽혔다. 게임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출시 일정이 하염없이 밀린 탓에 시장과 게이머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한 투자자는 종목토론방에 "처음엔 2021년 출시한다고 했는데, 이걸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다른 투자자는 "6만8000원에 3년 동안 물려있다. 언제 탈출할 수 있을까"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펄어비스는 2018년부터 붉은사막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소식이 처음 대중에 발표된 시점은 2019년이다. 이듬해 하반기 열린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게임 플레이 영상이 공개됐고, 2021년 겨울 출시를 예고했다. 하지만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문에 발매 시점이 2022년 이후로 연기됐다. 2022년엔 특별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작년 초 열린 컨퍼런스콜에선 하반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8월 게임스컴에선 추가 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정확한 출시일은 밝히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개발 완료 시기를 감안해 붉은사막이 올해 1분기 출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펄어비스는 약속한 시기보다 개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출시 예상 시기를 2025년 이후로 조정했다.

전날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을 내년 4분기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시장에선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3분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출시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 이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또 공식 트레일러엔 출시 시점이 'LATE 2025'로 나와 있어 4분기 중에서도 10월이 아닌 12월에 출시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붉은사막 출시가 미뤄지며 또 다른 신작 '도깨비'의 데뷔도 늦어지고 있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을 먼저 출시하고 도깨비를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도깨비는 2021년 게임스컴에서 최초 공개됐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한국적 색채, 그리고 몬스터 수집을 기반으로 한 신선한 게임성으로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주력 게임 세대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펄어비스는 적자를 내고 있다. 3분기 펄어비스의 영업손실은 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도 795억원으로 6% 줄었다. 검은사막과 이브 시리즈의 PC·모바일·콘솔 매출이 전 분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검은사막의 경우 '아침의 나라: 서울' 콘텐츠가 업데이트됐지만, 매출 감소를 막지 못했다.

적자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내년 1분기와 2분기 펄어비스가 각각 125억원, 221억원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봤다. 또 붉은사막이 내년 12월에 출시되면 판매 성과는 2026년 실적에 반영돼 내년 예상 실적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출시 일정을 여러 차례 미뤘기 때문에 회사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더 이상 출시가 미뤄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LATE 2025'에 맞춰 내년 말 게임이 출시되면 실적은 2026년 반영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리플A(블록버스터급) 게임인 점을 감안해도 개발 기간이 오래 걸렸다"며 "펄어비스는 자체 엔진을 활용해 붉은사막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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