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수리 경력만 18년에 이르는 전직 삼성전자서비스 소속 직원이 '소음성 난청'에 따른 산업재해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전 수리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이 난청 발생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해도 산재로 인정할 만큼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A씨는 2021년 9월 소음성 난청이라고 진단 받았다. 진단명은 '양쪽 감각신경성 청력소실'이었다. 이에 A씨는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가전 수리 업무에 장기간 노출된 탓이라며 공단에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이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85dB 이상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돼야 한다는 소음성 난청 산재 인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5~10년 노출될 경우 청력장애 위험이 0.8% 증가한다고 추정한 80dB 소음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공단은 A씨가 2016~2017년 진공청소기·프린터 등 가전 제품을 수리하면서 평균 78.5dB의 연속음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그간 가전 수리 업무로 78.5dB이나 그 이하의 연속음에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A씨는 공단 조사가 잘못됐다고 항변했다. 고장 나지 않은 가전 제품 대상으로 소음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A씨는 고장 난 진공청소기의 경우 110dB에 이르는 소음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1심에선 "고장 난 진공청소기의 경우 110dB에 이르는 소음이 발생한다거나, 고장 난 진공청소기와 프린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공단의) 작업 환경 측정 대상이 된 진공청소기와 프린터 작동 소음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A씨는 2019년 1월 이전까지 업소용 진공청소기·프린터 수리를 담당하다 이후 저소음 가전 수리를 담당했고 소음이 큰 진공청소기·프린터 수리 입고량이 2016~2017년 당시보다 작업환경 측정 당시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짚었다.
"서비스센터는 다수의 소비자가 실내에서 대기하고 있고 소비자와 직원 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환경으로,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고소음 수준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전자제품 수리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높은 소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러한 단속음은 예외적 경우에 해당한다"는 법원 진료기록감정의 소견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도 증거 부족을 지적했다. A씨가 수리한 진공청소기·프린터 외에 다른 소가전들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더 크다는 주장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A씨와 공단 간 분쟁은 1심과 2심을 거치면서 약 1년 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A씨는 항소심 판단에 승복해 지난달 판결이 확정됐다.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 건수는 지난해 1만4273건으로 2239건에 그쳤던 2017년과 비교하면 6년 만에 6.4배 늘었다. 보상급여액도 2017년 347억원에서 지난해 1818억원으로 5.2배 증가했다.
이처럼 산재 신청이 급증한 데는 청구권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산재 청구 소멸시효는 원래 '소음작업장을 떠난 날' 기준으로 계산했지만 이후 '진단일'로 변경됐다. 따라서 소음성 난청을 진단받은 날로부터 3년 안에 산재를 신청하면 된다.
정부는 이 때문에 과도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일부 노무법인이 소음성 난청 산재 승인을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병원을 소개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산재보험금의 30%를 수임료로 받아내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산재 카르텔'로 규정하기도 했다.
한 제조업 사업장에선 귀마개 대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했던 근로자 120여명이 소음성 난청으로 인한 산재를 신청하는 사례도 있었다.
경영계에선 "소음성 난청 신청 건수 폭증으로 산재 승인율이 올라 보험급여 지출액이 늘고 있다"며 "소음작업장을 떠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산재를 신청하도록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노인성 난청 등은 엄격히 구분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삼성 가전 수리기사,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1-3행정부(재판장 김우수)는 전직 삼성전자서비스 가전 수리기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 상대로 낸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2021년 9월 소음성 난청이라고 진단 받았다. 진단명은 '양쪽 감각신경성 청력소실'이었다. 이에 A씨는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가전 수리 업무에 장기간 노출된 탓이라며 공단에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이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85dB 이상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돼야 한다는 소음성 난청 산재 인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5~10년 노출될 경우 청력장애 위험이 0.8% 증가한다고 추정한 80dB 소음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공단은 A씨가 2016~2017년 진공청소기·프린터 등 가전 제품을 수리하면서 평균 78.5dB의 연속음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그간 가전 수리 업무로 78.5dB이나 그 이하의 연속음에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A씨는 공단 조사가 잘못됐다고 항변했다. 고장 나지 않은 가전 제품 대상으로 소음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A씨는 고장 난 진공청소기의 경우 110dB에 이르는 소음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증거 부족' 등 이유로 산재 부정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거 부족'이 주된 이유다.1심에선 "고장 난 진공청소기의 경우 110dB에 이르는 소음이 발생한다거나, 고장 난 진공청소기와 프린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공단의) 작업 환경 측정 대상이 된 진공청소기와 프린터 작동 소음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A씨는 2019년 1월 이전까지 업소용 진공청소기·프린터 수리를 담당하다 이후 저소음 가전 수리를 담당했고 소음이 큰 진공청소기·프린터 수리 입고량이 2016~2017년 당시보다 작업환경 측정 당시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짚었다.
"서비스센터는 다수의 소비자가 실내에서 대기하고 있고 소비자와 직원 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환경으로,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고소음 수준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전자제품 수리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높은 소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러한 단속음은 예외적 경우에 해당한다"는 법원 진료기록감정의 소견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도 증거 부족을 지적했다. A씨가 수리한 진공청소기·프린터 외에 다른 소가전들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더 크다는 주장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A씨와 공단 간 분쟁은 1심과 2심을 거치면서 약 1년 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A씨는 항소심 판단에 승복해 지난달 판결이 확정됐다.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 급증…경영계선 개선 주문
A씨 사례처럼 소음성 난청을 둘러싼 분쟁은 확산하는 추세다. A씨의 경우 '증거 부족' 등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최근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 건수는 지난해 1만4273건으로 2239건에 그쳤던 2017년과 비교하면 6년 만에 6.4배 늘었다. 보상급여액도 2017년 347억원에서 지난해 1818억원으로 5.2배 증가했다.
이처럼 산재 신청이 급증한 데는 청구권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산재 청구 소멸시효는 원래 '소음작업장을 떠난 날' 기준으로 계산했지만 이후 '진단일'로 변경됐다. 따라서 소음성 난청을 진단받은 날로부터 3년 안에 산재를 신청하면 된다.
정부는 이 때문에 과도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일부 노무법인이 소음성 난청 산재 승인을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병원을 소개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산재보험금의 30%를 수임료로 받아내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산재 카르텔'로 규정하기도 했다.
한 제조업 사업장에선 귀마개 대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했던 근로자 120여명이 소음성 난청으로 인한 산재를 신청하는 사례도 있었다.
경영계에선 "소음성 난청 신청 건수 폭증으로 산재 승인율이 올라 보험급여 지출액이 늘고 있다"며 "소음작업장을 떠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산재를 신청하도록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노인성 난청 등은 엄격히 구분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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