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계엄 사태’로 흔들렸던 증시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무현(2004년)· 박근혜(2016년) 전 대통령의 사례로 봤을 때 이번 가결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완화로 해석되며 증시 안정성을 높일 거란 분석이 많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과 이에 따른 수출 감소 우려 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국내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두 차례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로 인식돼 반등 트리거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사례의 경우 코스피 지수는 탄핵안 발의부터 가결까지 4거래일(3월 9~12일) 동안 5.7% 하락했지만 이후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 기간까지 10.3% 상승했다. 탄핵안 가결 전까지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으로 외국인이 990억원 순매도에 나섰지만 이후 총선 종료까지 2조9441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그 해 10월 24일 언론사의 태블릿PC 입수 보도로 본격화됐다. 이후 12월 9일 탄핵안이 통과됐고 2017년 3월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을 거쳐 5월 새 정부가 들어섰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태블릿PC 보도 이후 탄핵안 발의까지 한 달 여 동안 4.1% 하락했다. 당시 보수·진보 양 진영이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빚은 영향이다. 그러나 탄핵안이 국회 가결된 후 이듬해 말까지는 추세가 바뀌어 코스피 지수가 25.5% 상승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 사태로 인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직후엔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지만, 탄핵안 가결 이후 여론이 분명해지면 시장은 정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고 해석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또한 같은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첫 탄핵 시도가 불발된 직후인 지난 9일 코스피 지수가 2.78%, 코스닥 지수가 5.19% 급락하는 등 증시가 발작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날부터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안정세를 찾았다.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같은 흐름을 보일 거라는 게 증권가의 지배적 전망이다.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에 머물러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김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하락은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이 정부 정책 기조변화 기대감을 선반영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중 대북 관계개선, 친환경 정책 등의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야당과 주요 야당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중국 진출 의류업체, 친환경, 남북경협주 등이 꿈틀거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여전히 ‘트럼프 2기’ 등 국내 기업을 둘러싼 대외 변수가 큰 만큼 추세적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탄핵 시 주가가 상승한 2016~2017년에는 수출이 개선되는 추세였지만 현재는 수출 둔화 국면”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원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 개선에 크게 기여하기도 어려운 만큼 경기에 덜 민감한 소프트웨어, 필수소비 업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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