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증시·환율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시장 불안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정책 동력 상실 우려에 당분간 관망심리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헌재는 국회가 넘긴 탄핵안을 받아 최장 180일 동안 심리한 다음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내린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가장 최근 탄핵 사례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경우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2016년 12월9일)을 넘은 이후 헌법재판소가 '인용' 결정을 내린 날까지(2017년 3월10일) 코스피 지수는 3.58%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닥 지수 역시 3.01% 올랐다.
특히 2016년 12월8일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날 코스피는 1.97% 급등했고, 인용 당일에도 0.3% 상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의 경우에는 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탄핵안 발의 후 국회에서 가결(2004년 3월8일)될 때까지 코스피 지수는 5.7% 떨어졌다. 국회 가결 후 헌재에서 '기각' 결정을 받은 날(2004년 5월14일)까지 코스피는 9.4% 추가로 하락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2004년에는 초유의 탄핵 사태로 당시 지수선물이 장중 5.47% 급락해 사이드카(5% 이상 급등락 시 프로그램 매매 중지로 충격 완화)가 발동되는 등 변동성이 컸다"며 "2017년에는 헌재 결정 이후 시장이 이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여 코스피 지수가 글로벌 증시 상승 흐름에 동조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04년 탄핵 때는 증시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전망이 나오던 시기와 겹치고, 고유가와 중국의 긴축 정책에 따라 투자 심리가 악화한 영향이 컸다"며 "반면 2017년에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와 함께 반도체 업황이 회복기에 진입하는 단계였고, 수출 지표도 나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증시와 달리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모두 제한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탄핵안 발의~헌재 결정)에서 원·달러 환율은 2.4% 올랐고, 노 전 대통령 때는 1.2% 떨어지면서 큰 출렁임은 없었다.
김 연구원은 "박 전 대통령 때 환율은 국회 탄핵 가결 이후 상승했는데 이는 당시 미국 트럼프 대통령(1기) 당선으로 인한 영향도 있었다"며 "헌재에서 탄핵 인용 이후 다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원화 가치가 안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회 탄핵안 가결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증시에는 부진한 경제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이 수출 증가율 둔화에 내수 부진이 겹치고 있어서다.
또 탄핵 정국에서 정부의 재정 투입이나 정책 수단 동원에서의 차질,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 위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탄핵 정국에서 주식 시장을 보면 대체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쳤다"며 "글로벌 경제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번 탄핵 가결 후 코스피는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와 유사하게 정치적 불확실성 감소에 따른 반등이 기대된다"며 "당시 코스피는 4.5% 하락 후 탄핵안 국회 가결을 기점으로 반등을 시작한 뒤 헌재에서 인용 후 본격적으로 안정화에 들어갔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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