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지역 상생'에 공 들이는 뷰티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지방에 매장을 내고 지방에서 나는 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구체적인 지역명이 주는 신선함이 있는 데다가 스토리텔링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면이 있어서다. ‘상생’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긍정적인 마케팅 효과를 내는 장점도 있다.
러쉬코리아는 지난달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제주산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내놨는데 한 달 정도 앞서 제주 매장에서만 먼저 제품을 판매했다. 특정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이 개성 있는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고 봐서다. 해당 매장을 다녀간 고객들이 올린 게시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바이럴되는 효과도 노렸다.
해당 제품은 제주산 무화과를 함유한 ‘메리 피그마스’, 제주산 귤을 담은 ‘부쉐 드 노엘’ 프레쉬 클렌저 등이다. 무화과는 생태 농업, 다품종 소량 생산 등 지속가능한 농법을 지향하는 제주 로컬 푸드마켓 ‘올바른농부장’에서 수급했다. 원료 수급부터 생산까지 상생 활동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제품들은 제주점에서 선출시됐을 때 큰 인기를 얻었으며 최근엔 전국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러쉬코리아 관계자는 “제주산 무화과와 귤을 함유한 제품을 통해 제주 지역 상생을 실현하고, 고객 대상으로 신선하고 신뢰도 높은 제품을 선보였다”며 “국산 농작물을 활용한 제품들이 효과를 내고 있어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관련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에서 상생을 내세우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히트를 친 제품으로는 인어스의 바디워시 3종이 꼽힌다. KT&G 계열사 코스모코스에서 만든 브랜드인 인어스 제품은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원료로 만들어 제품에 함유했는데, 이가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힙’한 제품으로 각광받으며 마케팅 효과를 낸 것이다.
인어스의 바디워시 3종 중 ‘아크네’ 젤리 바디워시는 제주시 구좌읍에서 버려진 못난이 당근과 강원도 양구 산국꽃에서 추출한 원료 등을 담았다. ‘워터리’ 바디워시는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익기 전에 버려지는 제주 풋귤 추출물을 이용했다. 이같은 스토리가 MZ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2024 하반기 화해 뷰티 어워드 바디워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화해 어워드는 뷰티 플랫폼 화해에서 진행하는 K뷰티 시상식으로, 36만개의 제품과 880만개의 사용자 리뷰 및 평점을 기반으로 제품이 선정돼 정량적 지표는 물론 소비자 정성적 선호도도 가늠할 수 있다.
이밖에 CJ올리브영은 자체브랜드(PB) 상품에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중이다. 올리브영 자연주의 브랜드 브링그린은 경상북도 영천시 약초마을에서 사철쑥을 수급해 이를 함유한 토너와 카밍 젤 크림 등을 선보이고 있다. 자체브랜드 라운드어라운드 립밤과 핸드크림 등에 제주산 감귤과 동백꽃에서 얻은 원료를 담아 제주 올리브영 매장에서만 한정 판매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소멸과 버려지는 농산물에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되면서 이를 포착한 뷰티업계가 지역 농가와 협업해 특산물을 함유한 뷰티 제품을 선보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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