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가 되면서 정상외교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오늘 아침) 한 권한대행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통화하면서 그런 우려는 불식됐다고 생각한다"고 15일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신인도를 유지하고 국민 불안과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첫머리발언에서 "한치의 외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한 각오로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여섯 가지의 주요 외교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조 장관은 우선 "국제사회의 협력 관계를 재점검하고 권한대행 체제의 신뢰와 지지를 조기에 확보할 것"이라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일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한미일 3국 협력 모멘텀을 유지하며,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준비 작업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조 장관은 "안보 공백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한미와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취할 것"이라며 "중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도록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활동에 영향이 없도록 '경제 외교'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예정된 다자 외교 일정을 적극 소화하고, 국민들의 여행과 체류, 방한 관광객 감소 등에 피해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탄핵 정국 속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APEC 정상회의,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등 내년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다. 조 장관은 "하루 아침에 원상으로 복귀하는 데 다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상당히 빠른 시일 내 모든 게 정상화되리라 생각한다"면서 "양자, 다자 일정 모두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지장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뒤 조 장관이 조기 방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 장관은 "방미가 필요하다면 검토할 사안"이라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도 통화는 했지만, 대면으로 논의하고 발신할 메세지가 있다고 생각해 미국 측과 협의해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국무회의 당시) 총리께 일괄 사의를 표명한 바 있고 그 문제는 거취 표명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자리에서 물러나는 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지만, 해야 할 책무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비상계엄 사태 속에서 미국 정부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계엄 전후 과정에서 각급에서 소통이 이뤄졌다"며 "당일 장관이 필립 골드버그 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건 맞지만, 그런 상황에서 소통을 했다면 어떤 내용을 말했을지 생각해보시면 (장관이) 왜 신중했는지 아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계엄 당일 골드버그 대사가 조 장관에게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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