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채의 워싱턴 브리핑] '관세맨' 트럼프와 '여세추이'의 길

입력 2024-12-15 17:06   수정 2024-12-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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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tariff)’다.” 자칭 ‘관세맨(tariff man)’으로 칭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선거 유세 당시 자신의 관세 공약에 대한 여러 비판에 이렇게 맞대응했다. 그만큼 관세에 진심이다.

최근 트럼프 재집권으로 관세라는 단어가 국제무역에서 주목받고 있다. 1930년 대공황 당시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도 약 100년 만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관세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면서도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핵심 수단이다. 집권 시 관세 중심의 아젠다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은 크게 중국과 그 외 다른 나라에 대한 관세 두 가지다. 미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에는 추가 관세를, 그 외 다른 나라에는 보편 관세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트럼프 2기에는 중국에 60% 이상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할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중국산에 60~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경우는 아니더라도 의회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철강, 전기차 등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에는 적극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우방국에 10~20% 수준의 보편 관세를 예외 없이 적용하겠다는 태도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트럼프 당선인은 SNS에 첫 행정명령으로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전격 미국 플로리다주까지 방문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과도한 미국의 고율 관세는 상품 원가는 물론 수입 물가 상승 등을 촉발한다. 농업 지역을 대표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과 같은 당 소속임에도 관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한다. 이번에 차기 상원 대표로 선출된 존 슌 의원도 농업 중심인 사우스다코타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를 밝힌 적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관세는 금융업, 헬스케어, 전기차, 에너지, 소매업 다섯 개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산 비중이 높은 소매업체가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도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발의 50%, 노트북의 79%, 스마트폰의 78%가 중국산이다.

우리 기업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대규모 미국 투자를 통해 양국 간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의 공급망이 밀접하게 연계됐다. 지난주에도 우리 기업은 5년 만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 등을 통해 양국 경제계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트럼프 1기를 이미 한번 경험하면서 슬기롭게 극복했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함께 변화해간다는 뜻의 사자성어 ‘여세추이(與世推移)’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고희채 KOTRA 워싱턴무역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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