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올해의 책

입력 2024-12-15 17:22   수정 2024-12-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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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시기엔 책이 어울린다. 시간의 값이 빠르게 높아지는 현대에서 책을 읽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도 가끔 책을 집어 드는 것은 마음의 평정과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경제신문 ‘홍순철의 북 트렌드’는 9월 둘째 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루이스 엘리존도의 <임박(Imminent)>을 언급하면서 ‘UFO와 외계 생명체는 존재’한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흔히 ‘비행 접시’로 불린 UFO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들로 치부됐다. 평판 높은 매체들은 UFO가 실재한다는 글들을 다루지 않거나 경멸적 언사로 언급했다. UFO라는 말이 편견의 대상이 되자, 미확인 이상현상(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 UAP)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2017년에 문득 바뀌었다. 그런 변화는 실은 2004년에 시작됐다. 그해 11월 어느 맑은 아침에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중심으로 한 5척의 함정이 미국 서부 연안에서 기동하고 있었다.

그날까지 2주 동안 UAP는 100회 이상 함대 위에서 곡예를 해왔다. 그들의 능력은 미군의 능력을 훌쩍 넘어섰다. 8만 피트 상공에서 50피트까지 몇 분의 1초 사이에 하강했다가 이내 반등했다. 그렇게 빠른 기동은 음속 폭음(sonic boom)을 일으키고 기체를 조각낼 터인데, 음속 폭음은 없었고 기체도 무사했다.

주목할 점은 이런 일들이 세 가지 지각 체계로 탐지됐다는 사실이다. 첫 체계는 함정과 항공기의 레이더 체계였다. 둘째는 전투기 외부에 탑재된 조준 장치의 적외선 영상이었다. 셋째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증언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확실한 증거들이었지만, 해군 사령부는 이 정보들을 덮었다. 이런 일들을 발설하는 사람은 어리석다는 인식이 워낙 굳게 자리 잡아서, 해군도 국방부도 공개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13년이 지났다. 그러다가 2017년에 이 사건이 뉴욕타임스에 의해 크게 보도됐다. 그렇게 해서, UAP의 존재가 실질적으로 공인됐다.

이어 2023년엔 미국에서 ‘미확인 이상현상 공개법(UAP Disclosure Act)’이 제정됐다. 엘리존도는 “이 역사적 입법은 미국 정부가 비인간 신체들(nonhuman bodies)과 여기 지구에서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발전된 기술들을 소유함을 미국 의회가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 국방부의 테러 대응 요원으로 오래 활동했고 ‘고등 항공우주 위험확인 프로그램(Advanced Aerospace Threat Identification Program: AATIP)’의 책임자를 지냈다. 그는 그처럼 UAP를 비밀로 남기려는 위압적이고 끈질긴 노력의 궁극적 원천은 외계인들의 기술을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으로 습득하려는 미국 방산업계의 이기적 행태라고 지적한다. 그가 소개한 기술들은 너무 뛰어나서 실용적이지 않지만,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영감을 얻을 만하다.

UAP의 특질은 △초음속 △순간적 가속 △관찰하기 어려움(예컨대 음속 폭음의 부재) △매체 통과(transmedium) 이동(공기에서 물로 자연스럽게 이동) △반중력(antigravity) △생물학적 효과(외계인과의 접촉은 사람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침)다. 아울러 이런 특질에 대해 연구한 전문가들의 설명을 제시한다.

걱정스럽게도 인류가 핵분열에 성공한 뒤 갑자기 활발해진 UAP에서 저자는 위협적 함의를 읽어낸다. 군사 용어로는 ‘전장 초기 준비’와 아주 비슷하다고 한다. 전장 초기 준비는 정보 수집부터 적의 주요 기지 사전 공습, 병력 배치에 이르기까지 전투가 시작되기 전 준비 단계의 작업을 뜻한다.

홍 기고자의 글이 나온 뒤, 나는 다른 매체들의 후속 보도를 기다렸다. 과문일 수 있지만, 아직 후속 보도를 찾지 못했다. UAP에 대한 편견에 짓눌려, 보도를 못 한다는 얘기다. 그런 편견과 나약에 맞서 이 중요한 정보를 소개한 홍 기고자와 한국경제신문에 경의를 표하면서, <임박>을 ‘올해의 책’으로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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