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3일 서울아산병원 종양전문간호사의 골수검사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해, 유죄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아산병원이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종양전문간호사에게 골수검사를 위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서울아산병원 측 변호를 맡은 세종은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는 개념은 법에 없다”며 시대 흐름에 따라 의료행위 주체가 변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1995년에만 해도 서울대병원에서는 의사만 할 수 있던 정맥 채혈이 현재는 모든 병원에서 간호사의 일상 업무가 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간호사의 골수천자를 홍보하고 있다는 점도 증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를 수용해 “의료행위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 개념도 의학 발달과 사회 발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며 “시대 상황에 맞는 합리적 법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세종은 의사는 더 전문적이고 난도 높은 의료행위에 집중하고, 매뉴얼만 지키면 되는 검사는 숙련된 간호사가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한 10년의 교육과정을 부각하며 전문성을 입증했다.
재판부는 간호사의 진료보조 행위 범위를 △의료행위의 난이도 △위험성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 △의료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사의 지도·감독 정도는 △행위의 위험성 △환자 상태 △간호사의 숙련도 등을 참작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변론은 서울대병원 의료인 출신으로 판사를 지낸 하태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맡았다. 하 변호사는 “대법원 공개변론을 통해 의료행위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효율적으로 설명했다”며 “이번 판결은 의사와 간호사 간 역할 분담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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