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다. 민주화 단초를 마련한 게 언제인데 21세기 20년 사이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잇따라 일어났는지 참담할 뿐이다. 지난 두 차례 탄핵으로 국론 분열과 진영 대결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터에 정치 양극화가 더 극단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윤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져야 함은 물론이다. 잇따른 탄핵과 입법 폭주, 감액예산안 일방 처리 등 거대 의석을 뒷배경으로 한 야당의 폭주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은 고도의 정치적 리더십으로 해법을 찾았어야 했음에도 극단적인 계엄령 선포로 우리 정치 수준을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려버렸다. 윤 대통령은 가결 직후 “결코 포기 않겠다”며 “마지막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에 성실하게 임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윤 대통령의 책임과는 별개로 우리 정치의 후진성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피땀 흘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이뤘으나 정치는 여전히 4류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했음을 지켜보는 것은 여간 갑갑한 일이 아니다. 외골수 대통령과 거대 야당 대표 간 끝없는 충돌, 극단화한 진영 정치로 인한 제로섬 대결 일상화, 만성적인 입법 교착에 이은 계엄은 그간 우리가 어렵게 일군 경제와 산업, 문화적 성취를 갉아먹었다. 이런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가 됐다. 경제 강국에 걸맞지 않은 정치 수준으로는 진정한 선진국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다.
다급한 과제는 질서 있는 수습이다. 경제, 외교, 안보 등 전방위적으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공직자와 계엄으로 흔들리는 군, 관련 수사를 맡은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 모두 오로지 차질 없는 국정과 국익 관점에서 제 할 일을 하기 바란다. 촛불을 든 국민도 일상으로 돌아가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지지 정파의 정치 선동에 휩쓸리고, 노조도 정치 투쟁으로 나라를 극단으로 몰아간다면 어렵게 쌓은 국가 경쟁력과 국격을 훼손할 뿐이다. 대한민국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국민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기회로 삼는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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