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FSD 옵션을 추가 구매하는 데 약 400만~1000만원을 지급했다. FSD 옵션은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하기만 하면 차량이 스스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해가며 주행하는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NOA) 기능이 핵심이다. 신호등과 표지판을 스스로 인식하고 차로 변경, 고속도로 진출입 등도 차량이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주차 공간을 식별해 평행·직각 주차를 자동으로 해내는 자동 주차 기능도 포함된다. 주차돼 있는 차량을 운전자가 멀리서 호출하면 운전자가 있는 곳까지 자동 호출되는 서먼(summon) 기능도 있다.
차주들은 테슬라가 국내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2017년 3월부터 현재까지 약 8년 동안 기본적인 크루즈(차량 속도를 주변 차량과 같게 자동으로 조절·유지하는 운전 보조 기능) 기능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한 차주는 “2019년에는 홈페이지에 기능 일부가 곧 작동한다는 공지를 올려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그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해당 공지문도 삭제된 상태”라며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옵션의 정상 작동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언제쯤 해결될지 소비자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차주들은 그간 테슬라가 법적 대응에 나선 개인 소비자를 상대로 다른 구매자에게는 알리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비밀리에 합의하고 소 취하를 유도해왔다고도 주장한다. 한국 미국뿐 아니라 테슬라가 진출한 나라들에서 비슷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곧 작동될 것”이라는 식의 땜질식 대응으로 소비자 불만을 억눌러 왔다는 지적이다. 황윤구 법무법인 동인 대표변호사는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소비자에게 실제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만에 불과하다”며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더 큰 금전적 피해가 양산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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