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강행 처리한 '양곡법·국회증언법'…부메랑 되어 돌아온다

입력 2024-12-15 17:57   수정 2024-12-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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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내년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뜻하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집권에 성공하면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법안이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시장을 왜곡하거나 정부 권한을 줄이는 법안들이 지난달 줄줄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되지 않았다면 거부권을 행사했을 법안들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일부 법안에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써주길 내심 바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 될 생각 못하고…
계엄 사태 이전에 민주당이 처리를 강행했지만 시행을 앞두고 부담스러워하는 대표적인 법안은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 6개 법안이다. 이들 법안의 재의요구권 행사 시한은 오는 21일이다. 한 권한대행이 이번주 내 입장을 정하지 않으면 그대로 시행된다.

민주당 내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법) 개정안’이다. 지금은 국정감사, 국정조사에 한해 국회가 증인을 채택해 부를 수 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안건 심사와 청문회 등을 이유로 수시로 증인 소환이 가능해진다. 정부 관계자를 더 자주 국회로 불러 압박하기 위해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지만 정권 교체로 공수가 뒤바뀌면 민주당이 부담을 떠안게 된다.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민주당 정부’ 인사들이 시도 때도 없이 국회로 불려올 수 있다.

소관 상임위 관계자는 “법안 강행 당시 민주당 내에서도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은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다.

국회가 기한(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조항을 폐기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민주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4법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에도 민주당 내에서 양곡법이 발의됐지만 쌀 공급 과잉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정부가 반대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더 나아가 2020년 쌀 가격이 목표 가격을 밑돌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변동직불금제마저 같은 이유로 폐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를 생각할 때 공개적으로 양곡법 개정안 등에 거부권 행사를 요구할 수는 없다”며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의례적으로 반발하는 선에서 수용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헌재 추천 지연도 뜻밖의 결과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3개월 이상 늦춰온 헌재 재판관 추천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달 말 신임 재판관 세 명 선임이 완료될 때까지 ‘재판관 6인 체제’에서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의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와서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등에 대한 이 대표의 2심 판결이 내년 상반기 내려질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은 가능한 한 빨리 탄핵 판결이 나와 대선 시점이 최대한 앞당겨지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9월 세 명의 헌재 재판관이 임기를 마쳤지만 민주당은 자신들 추천 몫인 두 명의 추천을 미뤘다. 8월 탄핵된 이 위원장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위원장이 직위에 복귀하면 MBC 등의 사장을 교체해 민주당이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다. 10월 헌재가 ‘6인 체제에서 이 위원장 탄핵에 대한 인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입장을 정했을 때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MBC 인사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3개월 전에 한 ‘꼼수’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지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탄핵 심판이 생각보다 지연되면 헌재 재판관 추천을 미룬 결정이 민주당에 뼈아프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경목/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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