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에 따르면 과거 두 차례 탄핵 당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키웠지만 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은 탄핵안 가결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된 뒤 전반적으로 달러화 흐름이 좌우했다. 주가도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떨어졌다가 단기간 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국고채 금리(3년물)도 좁은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다만 탄핵 가결 여파로 민간 소비는 타격을 받았다. 2016년 2분기와 3분기 각각 3.4%였던 민간 소비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4분기에 절반 수준인 1.6%로 추락했다.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지수도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2016년 3분기 0.4%(전 분기 대비)였던 GDP 증가율은 4분기 0.8%에 이어 2017년 1분기 1.1%로 더 높아졌다. 민간 소비 부진에도 한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았던 배경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호황 영향이 컸다. 2016년 4분기와 2017년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각각 5.6%, 6.0%에 달했다. 당시 PC,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도체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중국 특수에 따른 수출 호조로 2016년에 비해서도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고용지표는 내수와 직결된 도·소매업과 건설업에서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지표가 경기 후행지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내수 부양을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초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금리 인하가 143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한은은 “주요 금융·경제 정책을 여야정 협의하에 차질 없이 진행해 경제 시스템이 독립·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줄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경민/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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