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가용 재원을 총동원한 내년도 상반기 신속 집행 계획을 곧 발표하겠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추가 지원 방안도 과감하게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추경 편성 제안과 관련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 문제는 여야 정치권과 긴밀하게 협력할 예정”이라며 추경 편성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 안팎에선 탄핵 정국을 맞아 추경 편성은 시기 문제일 뿐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 원안보다 4조1000억원 감액된 채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검찰·경찰·감사원 특수활동비 및 동해 심해 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은 물론이고 ‘정부의 비상금’이라고 할 수 있는 예비비도 2조4000억원 깎였다. 민주당이 예비비 중에서도 기후재해·재난 등에 투입되는 목적예비비 1조6000억원을 고교 무상교육과 5세 무상교육에 우선 지원하도록 명시화해 정부가 재해·재난 대응에 긴급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은 3800억원에 불과하다. 기재부는 예산안 국회 통과 직전 지역화폐 예산 4000억원을 포함해 고교 무상교육 국고 지원 예산 3000억원, 민주당 정책 요구안 9000억원 등을 반영한 2조1000억원 증액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지역화폐 1조원 증액을 고수해 막판 협상은 결렬됐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정부가 추경 예산안을 먼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편성하는 대가로 목적예비비 예산을 늘리는 추경 예산안을 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지역화폐 편성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추경 편성 항목으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및 인공지능(AI), 전략 기반시설 투자 예산 등을 꼽았다.
다만 내년 초 추경 예산 편성 규모는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 후 2차 추경을 통해 당초 예산안에서 삭감된 대통령실·경찰·검찰 특수활동비 등이 복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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