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 CEO에게 한국 특파원이라는 소개를 건네자 “엄청난 혼돈의 나라에서 왔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 비상계엄 뉴스를 봤을 때 정말 두 ‘코리아’ 중 ‘사우스 코리아’를 말하는 게 맞는지 의심했다”는 다른 기업 CEO의 말에는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 외신 기자가 “한국은 내가 아는 나라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나라 중 하나인데, 다른 한쪽에서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이 펼쳐진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말하자 임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들의 관심은 단순히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일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한 기업의 임원은 “그동안 윤석열 정부와 대화를 나눈 규제 완화와 같은 일은 순식간에 없던 일이 되는 것이냐”고 우려했다. “정권 교체가 되면 규제 완화는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은 세계정세에 예고된 거대한 쓰나미와 같다. 각국은 그동안 자국 기업이 해일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거대한 경제외교의 방파제를 쌓아 왔다. 그러는 사이 윤 대통령은 쓰나미가 닥치기 직전 그나마 쌓고 있던 둑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건 물론, 자체적인 소용돌이까지 만들어냈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 모두 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방향을 잃고 허우적대고 있다. 그런데도 이제 조타수가 돼야 할 국회는 여전히 “여당이 있다, 없다”와 같은 예송논쟁만 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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