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배소현은 달랐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30대의 나이로 생애 첫 승을 따내더니 시즌 3승까지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경기 용인시 수원CC 연습장에서 배소현을 만났다. 그는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까지 했었는데 첫 승을 넘어 3승까지 기록한 2024년은 잊지 못할 한 해”라고 밝혔다.
배소현의 개인 코치이자 캐디백을 메고 함께 투어 생활을 했던 배씨는 2018년 뇌종양 진단을 받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배소현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부끄럽지 않은 골프선수,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려고 노력했다”며 “올해 첫 승을 하고 나니 감사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배소현은 지금도 힘든 순간마다 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고 한다. “창피한 거 얼마 안 간다. 잠깐이다. 하기만 하면 된다.” 13년 전인 2011년 세미 테스트에서 떨어진 배소현에게 그가 한 말이다. 배소현은 “골프를 치다 보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많은데, 그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배소현의 내년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세계랭킹 50위 진입, 두 번째는 해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세 번째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16일 기준 배소현의 세계랭킹은 73위다. 세계랭킹 50위 내 진입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싶다는 그는 “올해도 3승한 뒤 세계랭킹 50위 안에 드는 걸 목표로 했는데, 시즌 막판에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 많이 끌어올리지 못했다”며 “내년엔 시즌 초반 랭킹을 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세계랭킹 50위를 목표로 잡은 것도 자신의 골프를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함이다. “50위 안에 들면 해외투어 대회에 많이 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아요. US오픈이나 에비앙 챔피언십 등에 나가는 것 자체가 선수로서 성장할 발판이 될 거예요. 제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요.”
용인=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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