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에틸렌 마진'…일시 반등 vs 바닥 쳤다

입력 2024-12-16 16:31   수정 2024-12-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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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가 두 달 새 두 배 이상 올랐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시행에다 1~5월 에틸렌 성수기를 앞두고 수요가 살아난 덕분이다. 글로벌 유가 하락으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 다만 현재의 에틸렌 스프레드 상승세는 에틸렌 공급 감소로 인한 깜짝 반등이란 반론도 나온다. 꾸준히 감소하는 가동률 하락 탓에 일시적인 공급이 줄었다는 것이다.
○ 반등에 성공한 수익성 지표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11일의 평균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233달러까지 올랐다. 두 달 전인 10월 평균치인 t당 110.92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 새 110.1% 상승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업계에서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다. 특히 범용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 중 에틸렌이 평균 30~40%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손익분기점은 t당 300달러로, 적어도 t당 250달러는 넘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꾸준히 하락해 왔다. 2022년 4월 t당 500달러까지 올랐다가 이후엔 중국발(發)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 여파로 주로 t당 100달러대에 머물렀다. 지난 18개월 동안 에틸렌 스프레드가 t당 200달러(월평균 기준)를 넘은 건 딱 넉 달뿐이다. 에틸렌 스프레드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나프타 가격 안정세가 꼽힌다.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는 NCC에서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 원료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나프타는 원유 가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 국제 유가 안정에 공급 감소
나프타 원료인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으로 10월 7일 배럴당 77.14달러를 기록한 뒤 10% 하락한 70달러를 오가고 있다. 나프타 가격 역시 10월 월평균 t당 676.58달러에서 이달 627.83달러로 7.2% 떨어졌다.

이에 비해 에틸렌은 상승 추세다. 중국이 10월 1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이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패션섬유 등의 수요 증가로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는 내년 상반기에 에틸렌 수요가 더 늘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손익분기점(t당 250~300달러)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선 내년 흑자 전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올 들어 3분기까지 6601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롯데케미칼이 내년엔 7694억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엔 에틸렌 스프레드가 평균 t당 290달러 수준으로 올해 180달러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점진적인 회복 사이클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반등 효과는 석유화학 기업 실적의 숨통을 열어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추진 중인 자율적인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 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하지만 에틸렌 공급 감소로 인한 일시적인 반등이란 분석도 있다. 에틸렌을 만드는 나프타크래커 공장의 가동률은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말 87.8%에서 3분기 말 81.8%로 하락했다. 롯데케미칼 말레이시아의 기초화학 생산기지 LC타이탄의 가동률도 같은 기간 63.8%에서 55.1%로 하락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평균 가동률 역시 3분기 말 81.6%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오를 경우 업체들이 너도나도 가동률을 높여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며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지 않는 한 일시적인 반등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중동의 에틸렌 설비 증설은 부담…고부가제품으로 승부 걸어야
중동에만 8개 COTC 공장 추진…'스페셜티'인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중국과 중동의 에틸렌 설비 증설도 부담이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내년부터 3년 동안 2546만t의 설비가 확대된다. 이 중 61%는 중국 기업 몫이다. 에틸렌 자급률이 95%를 넘어선 중국이 남는 물량을 해외에 적극 수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중동의 석유화학 시설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현재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 프로젝트는 총 8개다. 예상 에틸렌 생산량은 연 1123만t으로 LG화학 등 한국 주요 6개 기업의 생산량 연 1090만t을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5년 안에 한국보다 큰 석유화학 강국이 생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국과 중동 지역에 잇따라 들어설 예정인 COTC 시설로 원가 경쟁 자체가 안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동이 설비를 빠르게 늘리는 이유 중 하나는 ‘꿈의 설비’로 불리는 COTC 공법에서 나온다. 생산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서다. 기존 업체들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유와 함께 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를 만든다. 다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같은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COTC는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원유에서 바로 기초유분을 만드는 방식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선 COTC 공법을 활용하면 기초유분 생산 비용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COTC를 도입한 중동 국가들의 에틸렌 생산 손익분기점이 t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는 t당 300달러 안팎인 한국,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COTC의 장점은 또 있다. 원유에서 기초유분을 생산할 수 있는 비율이 기존 공법보다 훨씬 높다. COTC 공법은 보통 원유 10t에서 기초유분을 4~5t 만들 수 있다. 옛 공법을 쓰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는 이 비율이 8~10%에 불과하다.

향후 관심은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유일한 생존 해법으로 꼽히는 스페셜티에 집중되고 있다. 여기마저 중국 등에 지기 시작하면 석유화학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은 범용 제품에선 중국과 경쟁이 어렵다고 보고 아직 국내 기업이 기술적으로 앞선 스페셜티에 힘을 줬다. 하지만 중국 기업 역시 범용 제품으로는 이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해 스페셜티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 태양광 필름에 쓰이는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탄소섬유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면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로 1~2년 앞선 뒤 수익을 단기간에 내야 한다”며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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