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려구요"…퇴직연금 중도인출 28% 늘어

입력 2024-12-16 12:00   수정 2024-12-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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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택 구입을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이 3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 규모다. 고금리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노후 종잣돈을 헐어 집을 장만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중도인출자는 2022년 4만9811명에서 지난해 6만3783명으로 28.1% 증가했다. 중도인출액은 1조7429억원에서 2조4404억원으로 40.0% 불어났다. 중도인출 인원과 금액은 2019년 이후 해마다 감소했는데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택 구입을 위한 중도인출자(3만3612명)가 52.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년 전보다 44.7% 증가한 수준으로, 2015년 통계 작성 후 최대 규모다.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인출 금액도 전년 대비 56.9% 증가한 1조5217억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고금리 영향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퇴직연금으로 쌓아둔 돈을 주택 구입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보증금 마련(27.5%), 회생 절차(13.6%) 등이 퇴직연금 중도인출 주요 사유로 조사됐다. 20대 이하는 전월세 보증금 등 주거 임차를 위한 중도인출이 가장 많았다. 30대 이상 연령대에선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 인출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전년 대비 13.9% 증가한 381조원에 달했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은 43만6535개로 전년(43만6348개)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는 2.8% 증가한 714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종류별로는 확정급여형(DB) 비중이 53.7%로 가장 높았다. DB형은 가입자의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고, 회사가 적립금 운용의 주체인 제도다. 가입자가 적립금을 직접 굴리는 확정기여형(DC)은 25.9%, 개인형퇴직연금(IRP)은 20.0%를 차지했다. 1년 전과 비교해 DB형은 3.6%포인트 하락하고, DC형은 1.0%포인트 올랐다. IRP는 지난해 세액공제 납입 한도가 확대(700만원→900만원)되며 비중이 2.6%포인트 상승했다.

적립금 운용 방식별로는 예·적금, 국채 등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하는 원리금 보장형(80.4%)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퇴직연금이 수익률보다 안정성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기대 수익률이 높은 실적배당형은 12.8%에 그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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