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생체 간이식 받은 '시한부 아기'…"서른살 됐어요"

입력 2024-12-16 10:26   수정 2024-12-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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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선천성 담도 폐쇄증에 따른 간경화로 첫 돌이 되기도 전에 죽음의 문턱에 섰던 아기가 국내 최초로 진행된 생체 간이식을 거쳐 서른 살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국내 첫 생체 간이식 주인공인 이지원씨가 아버지에게서 간 일부를 이식받고 건강하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1994년 12월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첫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씨의 간이식을 계기로 그간 성인 7032명, 소아 360명 등 총 7392명에게 생체 간이식을 통해 새 삶을 선사해 왔다. 이는 세계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생체 간이식은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선 뇌사자 장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병세가 악화되기 전 빠른 조치가 가능한 것. 뇌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간 손상 위험도 없다.

하지만 뇌사자 간이식보다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 생존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은 말기 간질환 환자들을 위해 간이식의 85%를 '생체 간이식'으로 진행했다. 최근 5년간 이뤄진 생체 간이식만 연평균 400례에 이른다.

생존율도 높다. 서울아산병원 전체 간이식 생존율은 1년 98%, 3년 90%, 10년 89%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보다 간이식 역사가 깊은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 1년 생존율이 평균 92%인 것과 비교하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최근 10년간 시행한 소아 생체 간이식 생존율은 100%에 육박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서구권보다 뇌사자 장기기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수술법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수혜자와 기증가의 혈액형이 다른 ABO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도 서울아산병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다.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는 "1994년 12월 생후 9개월 아기를 살린 생체 간이식은 우리의 간이식 여정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이를 계기로 7000명이 넘는 말기 간질환 환자들에게 생체 간이식으로 새 생명을 선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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