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법률' vs '정치 편향'…한덕수 대행 '거부권 딜레마'

입력 2024-12-16 12:45   수정 2024-12-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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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는 17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강행 처리한 6개 법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관심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운영한다는 원칙과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를 고려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권한 행사보다는 국정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한계, 거부권을 쓸 경우 받게 될 거대 야당의 '정치 편향' 비판 등을 고려하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1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결정해야 하는 6개 법안은 양곡관리법, 농어업 재해 대책법 등 이른바 ‘농업 4법’과 국회법, 국회 증언 감정법 등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됐다. 한 대행이 거부권을 쓸 수 있는 '데드라인'은 오는 21일이다. 거부권 행사는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는 17일로 예정된 제56회 국무회의에 이목이 쏠린다. 통상 국무회의 심의 안건은 전날 저녁에 확정되는데, 거부권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인 만큼 막판 고심을 거쳐 국무회의 당일 오전에서야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론적으로는 17일 국무회의에 안건을 올리지 않고, 이번 주 중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 임시 국무회의를 따로 여는 것은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 안팎에선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쪽은 그가 대행 직무를 맡게 된 지난 14일 이후 거듭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행은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정부가 하는 모든 판단과 실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면서 "모든 판단 기준을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에 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농업 4법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쌀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고, 다른 농산물의 가격 하락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것이 주 내용이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 심화→재정부담 가중→미래 농업투자 감소→경쟁력 저하 우려' 논리를 앞세워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한 대행도 양곡법에 대해선 '시장 원리를 부정하는 법안'이라며 평소에도 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 예산심사 법정 기한이 지나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지 않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브리핑까지 열어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 기한(12월 2일)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을 정당화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여러 차례 반대했던 법안들"이라며 "권한 대행이 정부의 국정 기조를 갑자기 확 뒤집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한 대행이 거부권을 쓰면 야당에 의해 탄핵 소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을 향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경고를 잇달아 내놨다. 하지만 한 대행이 거부권을 쓰더라도 야당이 실제 탄핵 소추를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대행까지 탄핵 소추할 경우 현재 경제팀을 이끄는 최 부총리가 대행을 맡게 되면서 국정 혼선이 더 가중되고, 야당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한 대행마저 탄핵 소추되면 국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거부권 행사가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권한대행이 적극적인 권한 행사보다는 국정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헌법학자와 정치권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부권 행사→탄핵소추→국정 혼란 가중' 시나리오는 '국가의 미래'를 중시하는 한 대행의 가치와도 충돌하는 부분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거부권 행사는 1당과 2당 간에 정책적 또는 정치적 입장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며 "한쪽을 거부한다는 건 그야말로 정치적 편향일 수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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