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필요한 당신 떠나라~'
2024년 열심히 달려온 나를 위한 선물이 필요한 때다. 혼란스런 세상, 이럴 때 일수록 지친 몸과 마음의 쉴 곳이 필요하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8월 지친 이들을 위한 안식처 '제주 웰니스 관광지' 12곳을 선정했다. 이곳은 모두 제주의 자연·문화·사람이 어우러진 힐링공간이다. 제주시가 2021년부터 3년마다 관광객을 위해 새로운 곳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가을 끝자락' 지난 11월6~7일 '참된 쉼'을 누리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단, 쉼을 위한 준비물이 하나 있다. 세상의 복잡함을 전달하는 휴대폰은 잠시 꺼두고 눈과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럼 비로소 제주의 물, 바람, 하늘, 파도가 그대에게 다가올 것이다.
찬바람 불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차 한잔. 제주공항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회수다옥'은 찬 바람에 차가워진 손과 마음을 녹일 찻집이다. '물맛 좋다'는 제주에서도 물이 맑기로 소문난 서귀포시 회수동 숲속에 있다. 회수(回水)는 '돌고 돌아서 흐르는 물'이란 뜻이다. 그만큼 자연의 바람과 석회암 사이로 흐르면서 맑고 투명한 물이 된 것이다.
올해 5월 문을 연 회수다옥은 제주에서도 드문 '티 오마카세'를 맛볼 수 있는 곳. 오마카세는 일본어로 '맡긴다'는 말이다. 식당 주방장이 주문을 받지 않고 알아서 조리해주는 일본식 코스요리에서 유래했다. 메뉴판에는 '오마카세'라는 일본식 표기 대신 우리말 '맡김차림'이라고 씌여 있었다. 이날 제주차 장인 김맹찬 농부와 숲 치유사 출신 양순아 농부가 직접 재배한 5종류의 차를 맛볼 수 있었다. 차를 우려 낸 팽주는 "좋은 물과 정성스레 재배한 찻잎이 어우러질 때 좋은 차맛이 나온다"고 설명한 뒤 차 마시는 법을 소개했다. 제주의 물,바람 그리고 농부의 땀이 배어 있는 향긋한 차 한잔이었다. 떡과 말린 견과 등 9종류 간편식이 차맛의 풍성함을 더했다. 통창으로 들어온 한줄기 빛은 덤으로 받은 선물이었다.
'회수다옥의 주인'은 서울에 있는 홍보대행사 신시아의 서경애 대표다. 제주에서 태어난 서 대표는 30년전 회수다옥 터를 구입했다. 서 대표는 "이 곳은 원래 탐라대 학생들이 재충천을 하는 하숙집이었다"며 "이젠 관광객들이 제주를 온 몸으로 느끼며 쉼과 회복을 하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리모델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수다옥은 231㎡(70평) 규모의 단층 'ㄷ'글자 건물과 앞마당으로 이뤄져 있다.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제주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있는 성이시돌 목장. 성이시돌 목장은 1954년 4월 아일랜드 출신의 맥그린치 신부가 한라산 지대의 드넓은 황무지를 목초지로 개간하면서 시작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돼지, 소, 양 등을 키우는 목축 사업을 통해 제주도민의 자립을 도우려 했다. 이렇게 탄생한 양모 의류 브랜드가 '한림수직'이다. 성이시돌센터에선 겨울철에 요긴한 양모 카디건, 담요도 만날 수 있다.
목장에서는 드넓은 초원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천연 염색 클래스 '씬오브 제주'도 열린다. 제주의 색으로 나만의 제주 풍경을 물들일 수 있는 시간이다. 저 멀리 뛰어다니는 말과 숨겨져 있는 숲길은 염색천과 어울려 한편의 그림이 됐다. '10인 10색은 이런 것을 두고 나온 말이구나' 싶을 정도로 천연색의 향연을 볼 수 있다.
귤주산지로 유명한 제주 남원읍 작은 신흥2리 마을엔 300년된 동백 군락지가 있다. 지난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최우수 관광마을'로 지정한 곳이다. 300년전 그 누군가는 후손들을 위해 한그루 한그루씩 동백나무를 심었을 게다. 그 나무들은 자라고 자라 숲을 이뤄 후손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 주었다. 50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정성스레 주황빛 감귤 농사를 짓고 살아가던 신흥2리 마을은 2007년 동백마을로 이름을 바꾸며 동백과의 동행을 시작했다. 2009년부터 이 마을 주민들은 방앗간을 짓고 동백기름을 생산했다. 이곳에서 동백기름 맛은 입소문을 타고 육지까지 퍼졌다.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 동백마을과 재료공급을 맺기도 했다. 동백마을은 10인 이상의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제주 토종 동백나무에서 얻어진 동백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갓 짜낸 동백기름의 고소함과 향을 맡으며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동백비빔밥 한 상을 받았다.
여행의 8할은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것이라 했던가.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선 호캉스를 누릴 수 있다. 제주 남쪽 표선 해수욕장 너머로 사라지는 붉은 노을 배경으로 매일 오후 선셋요가가 펼쳐진다. 파도소리와 기러기떼의 소리는 배경음악이 된다.
제주관광공사는 관광객의 취향에 맞춰 △자연?숲 치유(머체왓숲길,서귀포치유의숲,파파빌레 ,환상숲곶자왈공원) △힐링·명상(제주901,취다선리조트,생각하는정원,해비치호텔&리조트) △뷰티·스파(WE호텔 웰니스센터) △웰니스 커뮤니티(신흥2리 동백마을,회수다옥,씬 오브 제주) 등으로 나눠 소개했다.
한날의 피곤함 뿐 아니라, 올 한해의 아픔과 걱정까지 바람으로 날려보낼 수 있다. 고단했던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할 수 있는 쉼이 있는 그곳. 올 연말 다시 제주로 가보자.
제주=더농부 인턴기자 오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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