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기술은 물질을 구성하는 더 나눌 수 없는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양자물리학은 양자의 움직임이나 상호작용을 연구하여 양자 중첩, 양자 얽힘, 양자 복제 불가 등 신비로운 특성으로 인해 그 기술의 응용 범위는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120년 전 물질과 에너지의 최소 단위인 양자를 발견했습니다. 양자를 바탕으로 원자력, 반도체,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 등 현대 정보기술(IT)을 탄생하며 인간의 삶에 혁명적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은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핵심기술의 원천으로 모든 기술에 적용될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평가받습니다.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의 얽힌 상태를 사용해 두 개의 입자가 분리돼 있어도 단일 단위처럼 행동하는 '양자 얽힘 (quantum entanglement)'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중국이 중시하고 있는 양자역학 3대 영역은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 정밀 측량 분야입니다. 중국은 양자 컴퓨팅 기술에 기반한 하드웨어 개발과 양자 시스템구현 분야에서 미국에 비해 약 5년 정도 뒤처져 있지만 격차는 줄어들고 있고, 양자 통신 분야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6년 8월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위성 ‘묵자(墨子)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이래, 2021년 10월 양자컴퓨팅 시제품 '9장 2호(九章二號)’를 내놓고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제품 제작과 실험에 성공했음을 알렸습니다. 최근 중국은 초전도 양자컴퓨터 '톈옌-504'(Tianyan-504)과 클라우드 플랫폼과의 연결을 통해 미국의 구글이나 IBM의 서비스 기술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양자 의료 기술도 인공지능(AI), 첨단 바이오와 함께 차세대 의료의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01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양자 컴퓨팅 연구를 시작해 2013년에는 반도체 기반 양자 컴퓨터 역량을 확보하고 양자역학을 활용한 의료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양자 센서와 의료 이미지 처리 기술은 생체 내부의 미세한 구조를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어 세포 조직의 이상을 빠르게 감지하고 진단의 정확도를 높입니다.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고전 물리학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으로 입자들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양자역학적 상태를 말합니다. 양자 얽힘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광범위하지만, 양자 얽힘은 입자들이 상호 연결돼 한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의 상태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므로 양자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암의 발생과 질병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중국이 집중하고 있는 '양자 마커'(quantum marker) 분야는 생체 내에서 특정 세포나 분자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어 진단과 모니터링에 크게 도움이 되고, 암세포를 특정 타격할 수 있어 암 치료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법규의 제정과 집행이 최고 지도부의 결심으로 즉각적으로 가능한 나라입니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양자 컴퓨팅 기술을 응용하거나 새로운 의약품을 설계하는 데 장애가 적어 시간 낭비가 거의 없습니다. 양자 컴퓨팅의 고속 연산 능력은 새로운 항암제의 설계와 테스트 과정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어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최근 중국 연구진이 '다이아몬드 양자 센서'의 개발에 성공해 상온에서 분자 수준의 기술을 거시 생명체 수준으로 확장하는 양자 감지 기술의 미래를 열었습니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중국은 양자 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는 관계입니다. 미래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양자역학에서 중국에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에 비해 열악한 투자 규모, 비합리적인 법과 제도적 장벽, 집단 이기주의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우리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치명적 위험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