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이후 실적 장세 온다…소비·AI 소프트웨어·금융주 ‘주목’

입력 2025-01-02 06:01   수정 2025-01-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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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연일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6000포인트를 뚫었고 나스닥도 사상 처음으로 2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최근 2년간 상승률은 각각 58%, 83%에 달한다. 시장 기대감과 실적 개선 모멘텀이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강력한 소비 경기가 확인되고 기업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상승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월가의 투자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성장률과 밀접한 금융, 소비재, 부동산, 유틸리티 등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나 홀로 질주하는 미국 증시…나스닥 2만 돌파

월가에선 미국 증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에 따른 약세장이 예상된다며 증시 거품론을 제기하지만, 단기 상승 모멘텀이 더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다수의 투자은행은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 인하 폭과 상관없이 경제 성장 궤도에 따라 주식 시장이 호황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크리스토퍼 하비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상향 조정으로 촉발된 경기 순환적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2025년 S&P500 지수가 7000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케빈 고든 찰스슈바프 수석 투자전략가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경제성장률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주식 시장은 계속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1분기 S&P500이 최대 6600포인트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25년 말까지 S&P500이 6666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이익 성장률은 1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승론의 배경에는 주식 시장을 밀어 올린 트럼프 트레이드 강세와 느슨한 통화 정책, 경기 반등 등이 꼽힌다. 이전에도 주가가 높다는 이유로 시장이 하락하지 않았고 인공지능(AI) 열풍에서 시작된 매수세가 경기 반등과 함께 다수 종목으로 확산하고 있는 점도 미국 증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취임식까지는 계절적 호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의 강한 소비도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 3분기까지만 해도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GDP 컨센서스 등 각종 경기 지표는 기대치를 상회하고 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와 세일즈포스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미국의 온라인 쇼핑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미국소매협회(NRF)가 2024년 연말 소비 증가율을 2018년 이후 최저치인 3.5%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미국 고용 시장이 견고하고 물가가 안정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뚜렷하게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커머스 뜨고 럭셔리 브랜드 지고

증권가는 취임식 이후 대선 테마주가 사그라들고 펀더멘털이 탄탄한 인공지능(AI)과 빅테크 관련 종목들의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미국 주식 시장에선 대선 전부터 취임식까지 테마주의 강세가 이어졌다.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는 금융, 소재, 산업재, 에너지 등 민감주가 수혜주로 떠올랐다. 대선 직전부터 강세를 보였던 이 종목들은 대선 직후에도 상승 탄력을 받았으나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서서히 힘을 잃었다. 대신 실적이 탄탄했던 정보기술(IT)과 금융이 부각됐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재생에너지와 마리화나 관련주가 상승을 주도했으나 취임식 이후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후 실적 턴어라운드를 보여준 금융과 에너지 섹터가 주요주로 부상했다.

2024년 대선 때 트럼프가 당선되자 테슬라, 금융, 암호화폐, 중소형주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 테마들은 취임식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테마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소비재도 상승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견고한 소득과 낮아진 물가가 소비재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재 중에서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커머스는 강세를 보이고 럭셔리 브랜드의 실적은 악화하는 추세다. 호텔, 레저,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플랫폼 등 경험 소비와 관련한 종목은 2024년 하반기부터 초강세를 보였으며 2025년 상반기까지 상승 동력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2025년 미국 주식 시장이 실적 장세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선 이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빅테크와 헬스케어 업종은 2분기부터 주가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가 반등, 금리가 최대 변수

AI 소프트웨어는 2024년 4분기 반도체를 제치고 테크 주도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트럼프 테마와 관련이 없는데도 강한 상승세를 보인 분야 중 하나다.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지출은 IT 업황에서 가장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 중 다수가 실적 턴어라운드를 앞두고 있어 2025년 상반기까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주도 AI와 소비재와 함께 주도 업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군으로 꼽힌다. 규제 완화 기대와 더불어 대선 후 상반기에 주가 흐름이 좋았기 때문이다. AI가 접목된 핀테크에서도 실적 개선 종목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실적 장세로 전환되는 취임식 이후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M7과 반도체 업종은 연말 연초 랠리에서 소외되고 있다. 주도주인 엔비디아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졌지만, 저가 매수보다는 매도 시그널로 판단하는 투자자도 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미국 주식 시장은 추세 추종적 성격이 강한데, 대형 기술주의 상승 추세는 약화했지만, 중형주와 중소형 성장주의 상승세는 강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대형 기술주의 저가 매수보다 중소형주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 시장의 질주를 막을 리스크는 물가와 금리다. 물가가 반등 조짐을 보인다면 소비 중심 경기 반등 동력이 꺾이며 주가가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이 내리고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어 물가가 갑작스럽게 반등할 확률은 낮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대선 공약대로 미국이 원유 가스 생산을 늘리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에너지 가격은 하향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도 변수 중 하나다. Fed가 금리 인하 시그널을 지속해서 표출하고 이를 단행할 경우 버블 장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고물가와 경제 성장 둔화로 하반기부터 약세장으로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리 배니스터 스티펠 수석 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의 고착화와 경기 둔화로 인해 Fed가 고금리를 유지한다면 S&P500 지수는 연말 5000대 중반으로 하락할 수 있다"며 "헬스케어와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등 방어주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재, AI 소프트웨어, 금융주 등 중소형주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대선 직후 계절성과 금리 인하를 고려하면 주가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1분기 실적 발표 시즌까지 단기 랠리를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실적 기반의 보수적인 투자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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