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줄리앙의 종이세상' 허재영 디렉터 "상상을 예술로 기획했죠" [인터뷰]

입력 2024-12-17 17:21   수정 2024-12-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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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퍼블릭가산에서 진행 중인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은 독창적인 감각과 스토리 등으로 인해 개막 한 달 만에 2만5000명을 돌파하며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전시는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의 르 봉 마르쉐에서 첫선을 보였던 ‘페이퍼 피플’ 시리즈의 마지막 장으로 실험과 혁신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 장줄리앙의 독창적 세계관을 선보인다. 아울러 그간 몇 차례 전시에서 풀어놓았던 작가의 철학과 서사를 매듭지으며 전시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한다.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은 장줄리앙 작가와 그의 오랜 친구이자 협업자인 허재영 디렉터가 함께 기획했다. 두 사람은 여러 전시와 작업에서 긴밀한 협업을 이어오며 독창적인 철학을 공유해 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들의 협력과 철학이 결집한 결과물로 평가될 만큼 허재영 디렉터의 역할 역시 컸다. 이에 허재영 디렉터와 만나, 전시 기획자로서의 철학과 이번 전시의 의미를 심도 있게 들어보았다.

Q.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호응이 뜨겁다. 이에 대한 소감과 이번 전시회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신다면.

A. 먼저 사랑과 관심을 주시는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 이번 전시가 시리즈의 마지막 장이지만 이는 우리가 생각한 스토리를 정리하는 것이지 무언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간 전시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는 유토피아와 신화를 전시 스토리에 녹여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페이퍼 피플이 어떻게 탄생해서 살아가는지를, 그들의 유토피아는 무엇인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슷한 모습으로 태어나 누군가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길 바라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아끼는 것이란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Q.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어떤 느낌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는지. 전시 기획자의 의도와 관람객들의 반응 사이에 간극이 있다면 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A. 많은 분이 우리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대중적인 것 같기만 마냥 단순하게 볼 수 없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을 하고는 한다. 이는 감각적으로 친근하며 재밌고 사진 찍기도 좋은 전시이지만 그 안에 흐르고 있는 스토리는 결코 감각에만 머물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의 전시가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열린 이야기이기에 기획자와 관람객의 간극이라 할 것은 없지만 관람객들의 리뷰를 보면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다른 것 같다. 이는 우리의 전시와 스토리에 대한 역사가 있는 관람객과 처음 경험한 관람객의 감상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이에 우리는 관람객들의 모든 의견을 고려해 우리의 중심을 놓치기보다는 예술은 아름다워야 하고 그 안에 있는 이야기는 어떤 느낌으로든 즐거워야 한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Q. 이번 전시에서 인간 세상을 반영하고자 한 모습이나 사건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과 어떤 감정을 공유하길 바라셨는지 궁금하다.

A. 이번 전시가 시리즈의 마지막 장인데 이는 지난 전시에서 페이퍼 피플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이번 전시를 통해 사회와 세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페이퍼 피플은 이상향을 꿈꾸며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을 연구해 자신들만의 세상을 그리게 됐다.

관람객들은 마치 영화 스튜디오에 들어선 것처럼 전시관의 입구를 지나가면 자신의 세상과 단절되는 동시에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험은 우리가 이질적 문화와 풍경의 세상을 경험할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 페이퍼 피플은 그런 세상을 만들고 관람객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두었다.

이로써 관람객은 종이세상의 방문자이자 이방인이 되는 동시에 나라는 사람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전시를 통해 나를 인식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공유하길 바라고 있다.



Q. 장줄리앙의 전시는 즉흥적 영감에 의해 많은 부분이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다. 이런 영감을 팀과 어떻게 소통하고 융합 발전시키는지 궁금하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즉흥적으로 설치된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A. 즉흥적 영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폭발시킬지를 알고 있다. 설치미술은 작품만이 아닌 전시 공간도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작업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전문적인 방법을 통해 작품 설치 전부터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거듭한다. 이는 끊임없는 의견 교환을 동반하고 있어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를 상승시키는 긍정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특히 장줄리앙 작가는 예술적 에너지를 응축했다가 한번 쏟아내며 작업하는 스타일을 보이는데 이때 즉흥적인 영감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전시에서는 뱀 작품이 그렇다. 초기에는 한 면에만 그림을 그리고 다른 면은 패턴으로 하려고 했지만, 작업하는 도중에 의견을 나누면서 지금처럼 모든 면이 그림으로 채워지게 됐다. 이에 따라 스토리 역시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다.

Q. 장줄리앙 작가와 허재영 디렉터가 친환경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전시 때마다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친환경이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며 친환경 실천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듣고 싶다.

A. 사실 친환경을 노력하고 있지만 큰 발걸음은 아니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다만 설치 미술이기에 전시회 후에 폐기물이 안 나오게 하려 재사용이나 재활용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전시하는 국가마다 친환경에 대한 개념도 다르기에 이러한 점도 알아보고 적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작품 설치 시에 플라스틱과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친환경 이동 수단도 많이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상업적 콜라보도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경제적인 이익보다는 친환경을 고려해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Q. 장줄리앙의 전시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방향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그리고 관람객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은지.

A.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전시를 잘 마치고 ‘페이퍼 피플’ 시리즈로 투어를 생각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작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전시를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획을 계획하고 있으며 균형감 있게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가 ‘페이퍼 피플’ 시리즈를 전시하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종이 놀이하던 추억에서 시작한다. 종이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접고 오려서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종이를 무한한 재미로 생각했고 그렇게 페이퍼 피플을 창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창조가 관람객들과 많은 사람에게 영감이 되길 바란다. 영감이란 삶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두근거림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조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파생시킨다. 우리는 이 과정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연결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전시, 우리는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은 퍼블릭 가산 퍼블릭홀에서 2025년 3월 30일까지 전시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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