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7일 15: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범 LG가 패션기업인 LF 창업주의 형제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고(故) 구자승 LF 회장의 장남 구본걸 회장(사진)이 지배하는 LF가 차남 구본순, 삼남 구본진 회장이 운영하는 LF네트웍스의 브랜드 판권을 거둬들이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F는 LF네트웍스 자회사 파스텔세상의 아동복 판권(라이선스)을 지난 6월 종료했다. 파스텔세상은 '닥스키즈', '해지스키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로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였다.
LF네트웍스의 파스텔세상은 LF의 판권으로 사업을 이어갔는데, 이 판권이 종료되면서 업무가 사실상 끝났다. 이로 인해 파스텔세상은 대규모 직원해고를 단행했다.
LF네트웍스 자회사 트라이본즈의 '닥스셔츠' 판권도 내년 10월 종료된다. 트라이본즈는 연 매출 900억원 규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닥스셔츠' 계약마저 갱신되지 못하면 LF네트웍스는 ‘껍데기 회사’가 된다"고 전했다.
형제간 갈등은 구본걸 회장의 3세 승계 및 계열분리가 시작되면서 불거졌다. LF는 2022년 계열사인 LF네트웍스를 인적분할했다. LF네트웍스의 조경사업 부분을 떼내 구본걸 회장 아들인 구성모(91.58%)와 딸 구민정(8.42%)이 최대주주인 고려디앤엘을 설립했다. 고려디앤엘은 장내매수 등으로 LF 지분 11.97%를 사들여 LF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LF네트웍스는 구본순, 구본진 회장이 대표를 맡아 LF의 판권을 이용해 아동복 사업을 벌였다. 파스텔세상에 이어 트라이본즈 판권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사실상 사업 기반을 잃게 되는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형제 간 갈등이 심화되면 자칫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LF의 최대주주는 구본걸 회장(19.1%)이다. 구 회장 측은 자녀(2.54%)와 고려디앤엘(11.97%)을 포함해 약 3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둘째 구본순 회장과 셋째 구본진 회장 측의 지분은 17% 수준이다. 이외에 트러스톤자산운용(7%)과 소액주주(38%)로 구성돼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구본진, 구본순 회장 측이 행동주의펀드를 표방한 트러스톤자산운용 등과 손잡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구본걸 회장 측은 경영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달 구 회장의 딸 구민정씨는 LF 지분 10억원어치를 장내에서 추가 매수하기도 했다.
LF 관계자는 “판권 계약은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LF의 사업적 판단에 따라 진행됐다”고 말했다. LF네트웍스 관계자는 “현재 양사 간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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