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탄핵 정국 한파에 얼어붙고 있다. 대출 규제로 가뜩이나 줄어든 매매 문의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강현대' 인근 개업중개사는 "재건축 추진으로 인기가 많았는데, 요즘은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그나마 성사될 것 같던 계약도 매수자가 상황을 좀 두고 보자면서 당일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을 산다는 사람이 있으면 가격 같은 조건을 맞춰주겠다는 집주인은 많지만, 계엄에 탄핵으로 다들 불안해지니 집을 사려 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960가구 규모인 이 단지의 지난달 실거래도 전용면적 66㎡ 1가구에 불과했다. 전용 83㎡를 비롯한 중대형 면적은 지난 10월 이후 거래가 없다. 인근 상도동 집값도 하락세다. '상도브라운스톤' 전용 84㎡는 지난달 10억원(9층)에 거래됐다. 10월 12억9250만원(17층)에서 한 달 만에 3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인근 개업중개사는 "원래도 거래가 많지 않았지만, 비상계엄 이후로는 더 냉랭해졌다"며 "가격이 더 내릴 것이라 예상하는 매수자가 많아 거래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사도 "투자 수요가 끊기면서 급매 물량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투자에 관심을 두던 고객 중에는 환율 때문에 유학생 자녀에게 보내는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 우려해 투자 의사를 철회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수심리가 차갑게 식으면서 동작구 일대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동작구 집값은 이달 둘째 주 0.01% 하락 전환했다. 동작구 집값이 내려간 것은 지난 2월 셋째 주 이후 42주 만이다. 강남권을 제외하면 다른 자치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동작구 외에도 △강동구(-0.02%) △서대문구(-0.01%) △은평구(-0.01%) △동대문구(-0.01%)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한때 1만건을 넘봤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미 대출 규제 여파에 3000건 대에 머물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374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9199건에 달했던 거래량은 8월 6498건, 9월 3132건 등으로 주저앉았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11월 거래량도 전날 기준 2929건으로 3000건대에 머무를 모양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로 꺾인 매수 심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차기 정권 출범까지 당분간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공백 기간 이후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 등이 무산되거나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탄핵소추안 가결이 선거로 이어지느냐, 선거에서 정부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뀔 여지가 크다"며 "시장 불확실성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권당이 유지된다면 지금의 부동산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바뀐다면 공공성 강화나 투기 세력 규제 등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상당 부분 차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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