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재판관 3인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심리를 시작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이 탄핵 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과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인용된 후에 대법원이 추천한 이선혜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민주당이 황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를 두고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지적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실제로 당시 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려고 하자, 판사 출신의 추미애 의원은 "권한대행의 신임 헌법재판관 임명은 어불성설"이라고 했었다. 역시 판사를 지낸 박범계 의원도 "권한대행은 국가원수의 지위에 있지 않아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고 했었고,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의원도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번 탄핵 소추에 찬성 입장을 밝혔던 학자분들께서도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부연했다.
주 의원은 "민주당이 현재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두고 선택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것은 할 수 있다', 또 '민주당에 불리한 것은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정략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며 "법의 원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은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9월부터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3명이 후임자 임명 없이 만료될 경우 재판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여러 우려와 비판을 제기했다"며 "여야가 각각 1인 후보라도 먼저 추천하자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추진되자 민주당은 돌연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서두르는 한편,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도 문제없다는 과거와는 정반대되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자 헌재를 '9인 체제'로 정상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해를 넘기기 전에 청문회를 열고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에 제동을 걸면서, 당분간 권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을 겨냥해 "헌법 제111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헌재)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돼 있다"며 "공석 3인은 국회의 추천 몫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3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임명 절차만 진행하는 것인데 대통령 직무정지 시 권한대행이 임명을 못 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구질구질한 절차 지연작전을 포기하고 인사청문회 일정 협의에 서둘러 응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헌재는 '6인 체제'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상태다. 헌재 공보관은 "현 (6인 체제) 상태로 심리와 변론 모두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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