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22년의 한국 셀트리온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138년 전통의 스위스 산도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바이오시밀러 역사에서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향후 성장 계획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산도즈는 복제약 사업에만 집중하는 반면 셀트리온은 종합 제약사로 거듭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4936억원을 달성해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2조1764억원)을 뛰어넘었다. 산도즈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76억 달러(10조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 증가했다.
셀트리온과 산도즈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산도즈는 2006년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옴니트로프를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받았다. 옴니트로프는 제조합 DNA 기술로 제조된 인간 성장호르몬이다. 2007년 빈혈치료제 비노크리트, 2008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자지오 등 바이오시밀러를 연이어 승인받았다.
셀트리온은 2013년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유럽 승인에 성공했다. 셀트리온을 시작으로 한국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열풍이 불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FDA가 승인한 바이오시밀러 56개 중 미국(24개)에 이어 한국(12개)이 2위를 기록했다.
셀트리온과 산도즈가 성공하자 한국 재계 1위 삼성뿐만 아니라 미국 암젠, 미국 화이자, 인도 바이오콘 등 다국적제약사들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다. 다만 최근 일부 다국적제약사들은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밀리면서 기존의 신약 개발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셀트리온은 모든 바이오시밀러를 직접 개발한다. 셀트리온이 허가 획득 및 허가 권고를 받은 제품은 램시마,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 유플라이마, 스테키마, 앱토즈마, 허쥬마, 트룩시마, 베그젤마, 옴리클로, 아이덴젤트, 스토보클로, 오센벨트 등 총 11개다. 국내 제약·바이오회사 중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의 문턱을 가장 많이 경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산도즈는 셀트리온보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후발주자이다. 직접 개발을 하는 제품도 있지만 빠른 시장 침투를 위해 외부에서 판권을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 제슬리, 하이리모즈, 타이루코, 엔지뷰, 와이오스트 피즈치바 등을 보유하고 있다. 피즈치바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부터 미국과 유럽의 판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올해 초 코헤러스의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시멀리를 1억7000만 달러와 재고 가치에 상응하는 금액을 투입해 인수했다.
2003년 노바티스는 산도즈라는 이름을 다시 등장시키며 글로벌 제네릭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산도즈는 노바티스의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로 운영됐다. 2023년 10월 노바티스는 산도즈를 분리해 상장했다. 노바티스는 신약 개발을 통한 혁신 의약품, 산도즈는 기존의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집중한다.
산도즈는 유럽과 미국에서 화학의약품의 제네릭뿐만 아니라 주사제 및 호흡기 제품 등 복합제네릭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복합제네릭은 고난이도 제제기술을 필요로 하는 리포좀제제, 정량용 폐흡입제 등이 있다. 지난해 매출 96억 달러 중 제네릭 77%, 바이오시밀러 23%의 비중을 차지한다. 매출 성장세에선 차이가 보인다. 바이오시밀러 매출이 전년 대비 15%, 제네릭은 5% 성장했다.
산도즈는 2028년까지 전체 매출의 30%까지 바이오시밀러 비중을 확대하고, 2030년까지 30개국 이상에서 바이오시밀러 채택을 최소 30%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이다. 복합제네릭 사업은 향후 5년 동안 제조 용량을 확장하기 위해 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2002년 서정진 회장이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에서 퇴직한 후 설립했다. 단돈 5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빅파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글로벌의 사업 비중이 높은 한국 바이오회사 중 유일하게 대기업 자본 없이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전문 회사를 넘어 종합 제약사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오는 2030년 바이오시밀러 총 22개 제품으로 확대하고, 자체 개발한 신약 출시까지 더해 기존 대비 5배 매출 성장이 목표이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다중항체 등 차세대 모달리티를 확보해 혁신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방대한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진출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을 출범했다. 아직 국내에는 ADC, 이중·삼중항체, 펩타이드,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등 차세대 플랫폼을 제대로 생산할 수 있는 CDMO는 없다고 분석한다. 셀트리온은 모든 차세대 모달리티 CDMO의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스위스 론자 등 세계 톱 CDMO 경쟁사를 앞지르는 것이 목표이다.
산도즈의 3분기 매출 비중은 북미 23%, 유럽 52%를 차지한다. 산도즈는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1918년 미국에 첫 자회사를 설립했다. 북미 시장을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3년 노바티스의 제네릭 사업부로 가동되면서다. 글로벌 톱10 제약사 노바티스의 마케팅망과 유통망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했다. 그 결과 북미에서 유일하게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제품명 하이모리즈)를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전문의약품 유통 구조는 ‘보험사 등재-PBM 사업자-약사-병원 등재-의사-환자’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은 보험약제관리기업 3대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등재가 매출 확대의 관건이다. 3대 PBM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ESI), CVS, 옵텀(Optum)이 점유율 전체 PBM의 80%를 차지한다.
산도즈는 지난해 CVS가 자체 바이오시밀러 브랜드로 하이모리즈를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 올해 4월부터 CVS는 처방집에서 휴미라 오리지널 의약품을 제외하고 하이모리즈 판매에 집중했다. 이러한 전략의 결과로 올해 7월까지 하이모리즈는 아달리무맙 전체 시장의 약 13%를 차지한 반면, 다른 9개의 바이오시밀러는 5% 미만의 점유율에 그쳤다.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 진출이 산도즈보다 늦다. 올해 3분기 기준 매출 비중은 유럽 51%, 북미 3%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이 처음 미국에 진출한 시기는 2016년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유럽 제품명 램시마)를 출시하면서다. 인플렉트라는 미국에서 최초로 승인된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 구조를 직접판매 형태로 전환했다. 아직 셀트리온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3대 PBM에 등재되지 못했다. 미국에 진출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만큼 향후 PBM 업체와 협약,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관건일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에서 출시한 인플렉트라 피하주사(SC) 제형인 짐펜트라를 통해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미국 3대 PBM에서 운영하는 6개의 모든 공·사보험 영역에 짐펜트라를 등재했다. 내년 짐펜트라가 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제시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2월 17일 10시47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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