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땐 적이었는데"…트럼프 '친구되기'로 태도 바꾼 빅테크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접촉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려는 빅테크 수장들과 ‘테크 굴기’를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뜻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당선인이 다음날 테드 서랜도스 넷플리스 공동 CEO와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서랜도스 CEO는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주바하마 대사를 지낸 니콜 애번트와 결혼한 오랜 기간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번 대선 과정에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하며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들이 넷플릭스 구독 해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랜도스 CEO를 뒤따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플로리다로 향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에 아마존의 베이조스가 올 예정”이라며 “그와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두 사람이 오는 18일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소유주이기도 한 베이조스 창업자는 이번 대선 기간 WP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 선언하려는 걸 막고 다음달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3000만원)를 기부하는 등 관계 개선을 시도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빅테크 수장들에 대해 “모두 집권 1기 때는 나와 싸웠지만, 지금은 내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6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지난 12일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와 세르게이 브린 공동창업자, 지난 13일 팀 쿡 애플 CEO와도 만났다. 최근 빅테크 수장들은 반독점법 등 각종 법적 리스크와 정치 보복을 피하려 하고, 트럼프 당선인은 대중(對中) 견제를 위해 미국의 테크 굴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뜻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