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권' 평택에 무슨 일이…'브레인시티' 청약 '처참'

입력 2024-12-18 06:30   수정 2024-12-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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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 '브레인시티'에 분양하는 2개 단지 청약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한 상황에서 '삼성 효과'가 큰 평택 시장 투자심리가 경색된 모습이다. 1군 브랜드라는 강점을 내건 단지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단지도 모두 예비 청약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경기도 평택시 장안동에 지어지는 '브레인시티 푸르지오'는 1933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203명이 청약해 미달을 기록했다. 전용 59㎡A에만 청약자가 몰렸고 나머지 5개 타입은 모두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앞서 진행한 특별공급에서도 그리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816가구(기관 추천분 제외)를 모집하는 특공에는 단 55명만 청약했다. 전용면적 59㎡A 생애최초(18가구)에 해당 지역 12명, 기타경기 10명, 기타지역 3명이 몰려 겨우 배정 가구수를 넘었고 한 명도 청약하지 않은 유형도 수두룩하게 나왔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평택 브레인시티 수자인'도 사정은 비슷했다. 864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70명이 신청했다. 특별공급도 마찬가지다. 442가구(기관 추천분 제외) 모집에 25명만 신청했다.

2개 단지 2000가구(브레인시티 푸르지오 1990가구, 평택 브레인시티 한양 수자인 889가구)를 모집하는데 불과 353명만 신청한 셈이다.

이들 단지가 내세운 장점이 예비 청약자들의 청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브레인시티 푸르지오는 브레인시티 내 유일한 1군 브랜드로 브레인시티에 처음으로 대형 면적대인 전용 119㎡를 선보였다. 남향 위주의 설계와 4개 레인을 갖춘 단지 내 실내 수영장, 199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평균 분양가를 3.3㎡당 1579만원(전용 84㎡ 기준 5억4400만원)으로 잡고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봤지만, 예비 청약자들은 시큰둥했다.

브레인시티 푸르지오에서 만난 40대 예비 청약자는 "아무리 푸르지오라고 하지만 현 시점에 5억원 중반 수준의 가격으로 평택에 집을 사는 것은 고민이 된다"며 "일단 청약하지 않고 기다려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성비를 내세운 평택 브레인시티 한양 수자인도 인기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최고가)는 5억800만원이다. 브레인시티 푸르지오(전용 84㎡ 5억4400만원)나 앞서 분양한 '평택 브레인시티 한신더휴'(전용 84㎡ 5억1700만원)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다.

평택 브레인시티 한양 수자인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50대 예비 청약자는 "가성비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면 4억원대로 분양가를 내려야 납득이 가지 않겠느냐"며 "브레인시티 내에서 가격이 가장 낮은 것은 맞지만 가성비가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단지의 청약 성적 부진은 평택 부동산 시장이 식은 상황임을 방증한다. 평택 부동산 시장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등 반도체 생산공장 후광효과에 이른바 '반세권'(반도체+역세권)으로 불릴 만큼 삼성전자와 반도체 업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 캠퍼스 P5 공장 건설을 미뤘고 P4 공장 설비 투자도 연기했다. 기존에 있던 P2, P3 공장 일부 공정 설비도 가동을 멈췄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원인이다.

평택 고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평택 캠퍼스와 가장 가까운 고덕국제신도시 내에 있는 아파트에만 일부 관심이 있는 정도"라면서 "삼성전자 덕에 일대 경제가 다 돌아가는데 (삼성전자가)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집값이라고 별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선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고덕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시장에 영원한 미분양은 없지 않으냐"며 "적당한 시점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형성된 매물) 등을 매수해 가지고 있으면 투자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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