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저물고,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2025년 투자의 방향성을 가늠해볼 때다.
국내 고액자산가 시장의 리더, 박경희 삼성증권 WM부문장(부사장)은 2025년 ‘예측보다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변동성 속에서 투자 기회를 발굴할 것을 강조했다. 박 부사장은 치열한 금융권에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2021년 말 삼성증권 유일의 여성 최고위직이 된 국내 대표 자산관리 전문가다.
박 부사장은 “2025년은 경기 정상화, 제조업 회복, 트럼프노믹스가 맞물리는 시기”라며 “글로벌 주식 시장은 여전히 미국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며, 금리 인하와 기업 실적 호조가 시장의 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년 12월 13일 서초동 삼성증권 본사에서 박 부사장을 만났다.
- 2024년은 미국 경기와 증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실제로 고객들의 관심은 어떠했나.
“유례없이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은 줄곧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했다. 그러나 숱한 우려에도, 견고한 노동 시장과 양호한 민간소비를 바탕으로 미국 경기는 확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2024년 미국 증시는 주요국 내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 중이다. 경기 호황과 더불어 하반기부터 가동된 통화 완화 정책이 증시 강세를 지속시키고 있고, 무엇보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이 주된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미국 주식 ‘테슬라’를 제치고, ‘엔비디아’가 올해 1위로 올라선 것은 그만큼 AI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 특히 증시와 증권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해보다 높지 않았나.
“미국 증시의 독보적인 성과로 인해, 미국 주식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특히, 해외주식형 랩 상품은 양도소득세로 분류과세 되다 보니, 수익이 모두 종합과세 되는 해외 펀드 대비 거액자산가들에게 선호되는 상품이다. 2024년 미국 증시는 AI와 반도체 관련 대형 기술주가 증시를 주도했고, 미 대선 전후로는 미국 중소형주와 트럼프 관련 수혜 종목들의 성과도 괜찮았다. 이와 같은 국면에서 종목 선정 능력이 뛰어난 미국 주식 자문형 랩들이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성장주 선제적으로 편입하면서, 우수한 성과를 보여줬다. 미국 증시 관련 상품들과 함께, 글로벌 사모대체 펀드 상품들도 고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마지막으로 채권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국내 채권은 금리 하락 기대와 함께 저쿠폰 단기 채권과 장기 국채 중심으로 투자가 크게 확대됐다. 크레디트 스프레드 역시 축소되면서 회사채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상반기에는 은행 중심의 신종자본증권, 하반기에는 주로 보험사 중심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등이 발행되면서 고금리 채권을 찾는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뿐만 아니라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상황 속에서 미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 반면에 우리 증시와 증권 관련 상품은 그 어느 해보다 어려웠다.
“2024년은 국내 주식 투자자가 굉장히 대응하기 어려운 시장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식형 펀드인·상장지수펀드(ETF)도 성장, 가치, 대형, 중소형 등 투자 스타일별로 다양한 라인업이 존재하지만, 시장 변동이 그대로 반영돼 증시 하락기에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2024년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 저희가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상품은, 증시 변동성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롱숏 펀드나 멀티전략형 상품이었다.”
- 금을 비롯한 귀금속 관련된 금융 상품도 2024년만큼 뜨거웠던 해도 없었던 것 같다.
“귀금속 가격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며 실질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연이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Fed의 금 매입, 중국의 금 선호 현상 등이 상반기 귀금속 가격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5년에도 주요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지속되면서 금에 우호적인 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 새해에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는 등 세계 경기와 자산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지 않은가.
“2025년 경기는 ‘경제 정상화’, ‘제조업 회복’, ‘트럼프노믹스’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2025년 글로벌 경제는 인플레이션, 노동 시장, 성장률, 정책금리의 네 가지 측면에서, 팬데믹 이전의 정상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물가 목표 2%에 수렴하거나 근접하고, 노동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정상적인 고용 환경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은 중립금리를 향한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기 동반 회복에 대해서는 ‘제조업’이 변수다. 미 예외주의가 완화되고, 안정적 경기 회복 사이클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과거 Fed의 금리 인하 이후, 2~3분기 후에는 제조업 경기가 회복됐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금리 인하가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 2025년 하반기 무렵 제조업 실물 경기 개선을 기대해봐야겠다.”
- 트럼프 2기의 정책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트럼프노믹스는 2025년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다. 차기 트럼프 정부의 핵심 정책은 관세, 이민 제한, 감세로 볼 수 있는데, 트럼프는 성장 및 물가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관세 및 이민제한 정책을 취임 즉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부양책인 감세안은 의회 승인이 필요하므로, 빨라야 2025년 9~12월 중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부정적 경제 정책이 먼저 시행되고, 긍정적 정책 효과는 2025년 4분기부터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 외 국가들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동안 모든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를 60%로 상향 조정하고, 유럽·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며, 모든 나라에 대해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대중국 및 자동차 관세는 2025년 상반기 중 단계별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지만, 보편적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을 30%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
- 새해에는 글로벌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나.
“‘경기 소프트 랜딩 + Fed 통화 완화 정책 + 기업 실적 호조’는 글로벌 주식 시장에 우호적 조합으로 평가된다. 과거 Fed의 금리 인하 이후 경기가 연착륙하고, 글로벌 주식 시장은 10~15% 내외 상승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밸류에이션 고평가로 기대수익률은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주식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여전히 미국 증시를 최선호한다. 경제(GDP·환율)와 자산 시장에서 미국 예외주의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에도 미국 예외주의가 지속될지, 아니면 기타 선진국과 신흥국의 차별화가 완화될지 주목된다. 미국 외 국가로 온기가 확산되고, 장기 불 마켓(bull market)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역시나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 새해에는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관련된 유망한 상품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2024년 중국 경제는 주택 시장과 건설 투자가 침체에 빠지고, 소비도 위축되면서 상당히 어려웠다. 생산자물가는 26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도 0%에 가까웠다. 다행히 9월 말 중국 정부가 이전보다 과감한 재정지출확대, 부채구조조정, 금리인하 등을 발표하면서, 중국 경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회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겠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다만, 현재까지 발표된 중국 정부의 정책이 중국 경제의 추세적 회복을 견인하기에는 불충분한 측면이 많고, 202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2024년(4.8%)보다 낮은 4.5%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정책도 부담 요인이기 때문에, 중국 주식 투자는 다소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굳이 투자를 한다면, 중국 시장은 다른 선진국 시장보다는 난이도가 높아,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가 조금 더 편할 수 있다. 특별히 중국 시장에 투자한다면 현지에 운용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오랜 기간 트렉 레코드를 보유한 하우스가 액티브 운용에서 조금 더 성과를 잘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 시장이 A주와 H주가 대표적인데, 양 시장에서 펀더멘털이 우수한 기업을 나누어 투자하는 상품도 괜찮은 방법이다. 최근 ETF 투자가 활발한데, 홍콩 H주, 본토 A주 대형주에 투자하는 ETF나 테크, 바이오 등 다양한 중국 테마 ETF를 관심있게 봐도 될 것 같다.”
- 우리 경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구조 속에 쉽지 않는 한국 경제 행로가 예상되는데.
“2024년 한국 경제는 글로벌 고금리와 중국 경제의 부진이 겹치면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수출은 양호했지만 반도체와 선박을 제외하면 증가율이 한 자릿수 초반에 그쳤고, 소비는 가계부채, 고금리 영향 등으로 크게 부진했다. 2025년에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중국 정부도 경기 부양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1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 새해 들어 우리 증시는 좀 나아질 것인가. 돈을 벌 수 있는 유망한 금융 상품이 있으면 함께 말씀해 달라.
“2025년 코스피는 2350~2900의 밴드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 밴드는 2018~2019년 미·중 무역 분쟁이 심했던 시기의 밸류에이션인 주가순자산비율(PBR) 0.8~0.9배를 적용한 수치다. 상반기에는 트럼프 2기에 시행될 미국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기 어렵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과 내수가 함께 회복되며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에도 AI의 활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 관련 밸류체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연초에는 ‘너무 싸니까 사자’라는 심리가 우리 시장 바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시장이 안정을 찾는 초기에는 개별 주식이 선호되고, 그 이후에는 공매도 재개와 주식 시장 변동성을 조합할 때, 국내는 롱숏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과거 국내 시장에서도 롱숏 펀드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2025년 롱숏 펀드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 우리 금리는 어떻게 될까.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이 2025년 1.9%, 2026년 1.8%다. 추정 잠재성장률 2%를 하회하는 낮은 성장세에 진입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한은의 전망에 근거해, 시장 컨센서스는 기준금리가 2025년 두 차례 추가 인하돼 2.5%에 도달하고, 경기 둔화 여부에 따라 2.25%로 인하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또한 길게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환율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당선 이후 지속되는 달러 강세 추세는 어떻게 될까.
“중기적인 관점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 및 관세 정책을 선반영해, 달러화는 2025년 중반까지 강세 기조를 유지한 이후, 미국 외 국가들의 경기 모멘텀 개선이 점차 가시화되는 하반기 중 완만한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환율 관련해서 어떤 금융 상품이 유망할 것으로 보시나.
“기본적으로 환율 관련 금융 상품을 권장하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건 달러화 방향성인데, 상방·하방 모두 열려 있어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입으로는 달러 약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대선 과정에서의 정책들은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럼프 시대의 달러화는 전망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환의 방향성을 고민하기보다는 주식, 채권 등 자산 자체의 방향성에 투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전략은 새해에는 유효할까.
“이는 금리와 환율 방향성 두 가지 모두가 맞아 떨어져야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2025년 금융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큰 매력은 없다고 보고 있다. 금리와 환율 모두 방향성이 가변적인데, 트럼프 시대에 지정학적 갈등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시대에 두 가지 모두를 신경 쓰는 건 투자 난도가 너무 높은 것 같다.”
- 비트코인, 금 등 다른 금융 상품은 어떻게 될 것인지도 말씀해 달라.
“금은 경험적으로 금리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금리는 금 투자의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실질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금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2025년은 2018~2020년 사이의 금 가격 랠리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되며, 안전자산으로서 금 수요가 크게 높아졌던 때다. 트럼프 2기에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진다면, 2025년 하반기에는 금 가격이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주’라 불리는 삼성전자가 ‘5만 전자’를 유지하고 있는데, 고액자산가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삼성전자 주가는 2024년 하반기 들어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지속되며,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현장에서 지켜본 고액자산가들은 주가 하락 국면을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주가가 6만 원을 하회하기 시작했던 2024년 10월에 삼성증권에서 거래 중인 고액자산가의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9월 말 대비 보유 수량과 보유 고객 모두 늘었다. 2023년 말과 비교해도 보유 수량과 고객이 모두 증가했다.”
- 새해에는 재테크 생활자들이 무엇에 신경 써야 하는지 한 말씀 부탁한다.
“'예측보다 대응'. 2025년 투자자들이 꼭 기억해야 할 투자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미국 예외주의가 득세하는 'G1'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그의 정치는 비즈니스다. 협상을 전후해 결과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시장을 예측·예단하지 말고, 상황 변화에 적응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정리 이현주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