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5년 내 인터넷 경제 바꾼다

입력 2025-01-02 11:22   수정 2025-01-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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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AI 에이전트가 온다



“‘유니버설 어시스턴트(universal assistant·범용 조수)’라는 구글의 비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4년 12월 11일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2.0(Gemini 2.0)’의 출시를 선언했다. 제미나이 2.0은 빠른 응답 시간과 멀티모달(Multimoda·다중모드) 기능이 특징이다. ‘딥 리서치(deep research)’ 기능도 있다. AI를 활용해 복잡한 주제를 탐구하고, 그 결과를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 형태로 제공하는 기능이다.

순다르 피차이 CEO가 발표한 ‘제미나이 2.0’은 ‘진정한 AI 에이전트 시대’가 개막됐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AI 에이전트 시대를 열겠다”고 한 것은 순다르 피차이 CEO가 처음은 아니다.

윈도우 이후 가장 큰 컴퓨터 혁명

지난 2024년 9월 ‘드림포스 2024’ 현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에이전트에 앞으로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AI 에이전트’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드림포스를 개최한 글로벌 고객관계관리(CRM) 1위 기업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이날 새로운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를 공개하며 AI 에이전트를 제품 전면에 내세웠다. ‘AI 에이전트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미래’라는 게 두 CEO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젠슨 황 CEO는 “우리는 수백억 개의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며 “이들이 인간의 작업을 보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 베니오프 CEO 역시 “AI 에이전트는 지금까지 우리가 일해 왔던 방식을 통째로 바꿀 혁신”이라고 맞장구치며 “AI를 통해 기업 고객들에게 더욱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AI 에이전트가 윈도우 후 가장 큰 컴퓨팅 혁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로 인해 작업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다. 5년 안에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요청하기 전에 제안을 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는 또 AI 에이전트가 다양한 서비스의 가격을 낮춰 대중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건강 관리, 교육, 생산성, 엔터테인먼트 및 쇼핑 네 가지 영역에 미칠 파급력이 가장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젠슨 황 CEO, 마크 베니오프 CEO 외에도 샘 알트만 오픈AI CEO, 빌 게이츠 등 거의 모든 실리콘밸리 CEO와 톱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테크 비즈니스의 미래, AI 에이전트는 무엇인가. 왜 AI 에이전트는 2025년의 가장 파괴적 혁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까.

AI 에이전트란 무엇인가

AI 에이전트는 특정 작업이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의미한다. AI 에이전트는 주어진 환경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실행하며 그 과정에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다. 2025년 생성형 AI(생성 AI)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본격 개막'이 될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2013년 영화 <그녀(Her)>에서 가장 극적으로 구현됐다. 공교롭게도 영화 <그녀>의 배경이 2025년이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낭만적인 편지를 대필해주는 기업의 전문 작가로 일하고 있는 고독하고 내향적 남성이다. 어릴 적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내오다 사랑하게 됐고 결혼까지 했던 캐서린과 별거한 이후로 줄곧 삶이 즐겁지 않다. 2025년 어느 날 인공지능으로 말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운영체제 ‘OS1’이 세상에 출시됐고 테오도르는 기기를 산 뒤 운영체제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설정한다. 테오도르와 몇 번 대화한 뒤 운영체제는 즉석에서 자신의 이름을 사만다라고 정했다.

영화 <그녀>에서 사만다는 인간의 언어를 뛰어난 수준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춰 대화하며 주인공의 감정을 읽고 공감한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인간과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AI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 사만다는 단순한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을 경험한다. 주인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나아가 자신의 존재와 목적에 대해 철학적으로 성찰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테오도르는 그와의 대화, 소통을 통해 정서적 연결을 형성한 사만다에게 의존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AI가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깊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샘 알트만 CEO가 GPT-4o를 공개하면서 간단히 ‘Her’라는 단어를 엑스(X·구 트위터)에 올린 것은 멀티모달 AI 에이전트가 결국 영화 <그녀> 같은 모습으로 발전할 것임을 암시한다.




왜 AI 에이전트인가

실리콘밸리가 일제히 ‘AI 에이전트가 미래’라고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최대 벤처캐피털(VC) 중 하나인 세쿼이아 캐피털은 그 배경을 ‘가치 증명’에서 찾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생성 AI의 쓸모를 증명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생성 AI는 챗GPT의 출현으로 큰 관심을 받았으나 곧 회의적 시각에 부딪히게 된다. AI 챗봇이 사람처럼 말하는 건 신기한 일이지만, 그게 사람들의 삶을 바꾸거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비판이었다.

AI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비판을 잠재울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도구가 AI 에이전트라고 입을 모은다. 생성 AI 산업은 이미 2막에 접어들었고, 2막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AI 에이전트라는 것이다.

세쿼이아 캐피털은 “생성 AI 앱은 자동 완성 혹은 사람의 검토를 거쳐야 하는 초안 작성에 그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외부 도구에 접근하고, 사람을 대신해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을 이해하려면 AI 에이전트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AI 에이전트는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사용해 사전 결정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결정, 수행할 수 있는 AI다. 사람이 목표를 정하면 AI 에이전트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적의 조치를 독립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텍스트(text·문자)로 대화하는 수준에 그치는 챗봇과 달리 스스로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에 대응하는 콜센터 AI 에이전트(상담원)는 고객에게 자동으로 여러 질문을 하고, 문의에 맞춰 내부 문서 정보를 조회하거나 해결책을 찾아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IT 전문지 와이어드는 “AI 에이전트의 미래가 이미 도래했다”고 천명하며 AI 스타트업 코그니션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빈(Devin)’을 언급하기도 했다. 데빈은 코딩(Coding: 프로그래밍) 도우미를 넘어 사람의 개입 없이 전체 프로젝트를 자율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맥킨지 역시 AI 에이전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라리 하말라이넨 맥킨지 수석 파트너는 “생성 AI 에이전트는 인사(HR), 재무, 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을 자동화할 수 있는 진정한 ‘가상 노동자(virtual workers)’가 되고 있다”며 “생성 AI 기반 에이전트는 작업 과정(workflow)을 자동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오늘날 글로벌 산업군에 속하는 업무 시간의 60~70%는 이론적으로 생성 AI를 비롯한 다양한 기존 기술 역량을 적용해 자동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고객 대응의 경우 AI 에이전트로 4000억 달러(약 554조 원) 이상의 잠재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에이전트 핵심 트렌드

(1) 멀티모달 AI…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한다

AI 에이전트와 관련한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는 이미지·비디오·텍스트·오디오 데이터를 이해하고 입출력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 AI 모델이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멀티모달 모델 기반의 AI 에이전트는 사람처럼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진정한 비서 역할을, 더 자연스럽게 해낸다. 텍스트만 처리하는 에이전트 대비 월등히 높은 활용도를 지닌 셈이다.

오픈AI가 스프링 업데이트에 공개한 멀티모달 모델 ‘GPT-4o’가 적용된 챗GPT는 영화 <그녀>에 등장하는 사만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처럼 사람과 음성으로 소통하며 실시간 통역사, 개인교사 역할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누구나 AI 에이전트, 더 똑똑해진 AI 비서를 활용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빌드 2024에서 AI 에이전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코그니션과 파트너십을 체결,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데빈을 고객에게 제공하며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통해 가장 먼저 GPT-4o를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2)경량화·온디바이스 AI…모바일 기기 탑재되는 AI 에이전트

AI 모델 경량화, 온디바이스(on-device) AI 확대 역시 중요한 흐름이다. 스마트폰, PC, 스마트 글라스 같은 모바일 기기에 더 많은 멀티모달 AI 에이전트가 탑재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드 2024에서 비교적 규모가 적은 소규모언어모델(SLM) 제품군인 파이-3에 이미지 인식 기능을 더한 멀티모달 모델 ‘파이-3-비전(Phi-3-vision)’을 공개했는데, 파이-3-비전을 사용하면 그래픽이나 차트 이미지를 AI 에이전트에 제시, 관련 질문을 할 수 있다. 멀티모달 모델이면서도 경량 모델이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 적용이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 AI PC로 불리는 ‘코파일럿+PC’에 경량화 모델인 파이 실리카(Phi-Silica)를 탑재, 모델 경량화 및 온디바이스 AI 확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메타가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라스에 메타 AI를 탑재한 것 역시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2024년 7월 29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시그라프 2024(SIGGRAPH 2024)’ 콘퍼런스에서 “현재 안경을 쓰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 글라스로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본다”며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커버그 CEO는 “스마트 글라스는 일종의 휴대전화처럼 항상 켜져 있는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이라며 “300달러 정도의 가격대의 AI 안경은 결국 수천만 명, 수억 명의 사람들이 소유하게 될 정말 큰 카테고리의 제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바일 기기는 야외를 포함,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다는 점에서 데이터 수집에도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특정 기업이 양질의 학습 데이터, 개인화 서비스에 활용 가능한 사용자 정보 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따라 AI 에이전트의 성능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향후 모바일 기기를 넘어 자율주행차, 로봇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3) 업무 자동화에 활용…효율성 극대화

AI 에이전트를 업무 자동화에 활용하려는 시도 역시 두드러진다. 반복적인 업무를 AI 에이전트로 대체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으며 임직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가 출시한 ‘에이전트포스(Agentforce)’가 대표적이다. 에이전트포스는 로우코드 기반의 자율형 AI 에이전트 플랫폼이다. 조직 내 역할, 워크플로 등을 기반으로 기업이 영업, 서비스, 마케팅,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포스로 구축한 콜센터가 고객의 요청을 처리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메타가 2024년 7월 맞춤형 AI 캐릭터 생성 플랫폼 ‘AI 스튜디오’를 공개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모든 기업이 이메일 주소,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계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미래에는 모든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25년은 AI 에이전트의 원년

AI 모델과 AI 에이전트의 발전은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미래’로 이어진다.

구글 검색 대항마로 불리는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의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이와 관련, “앞으로는 누구나 ‘생각 파트너(thought partner)’를 가지게 될 것”이라며 “과거엔 각각 다른 직업과 주제에 대해 전문가가 가르쳤지만, 이제는 모두 하나의 에이전트로 묶일 것으로 본다. 1~2년 내에 연구 에이전트나 맥킨지 분석 에이전트 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라레이나 이 맥킨지 베이 에어리어 시니어 파트너 역시 “AI 현황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업의 72% 이상이 AI 솔루션을 배포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향후 AI 에이전트 같은 첨단 기술을 통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에이전트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몇 년 내에 대규모로 배포될 수 있다”며 “에이전트 시스템 출현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지식의 체계화, 전략적인 기술 계획, 인간의 AI 에이전트 제어 메커니즘 등을 고려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은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가 2024년 51억 달러(약 6조8000억 원)에서 연평균 44.5% 성장, 2030년에 471억 달러(약 6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인터넷의 대명사가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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