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자사 플랫폼에 인공지능(AI)을 입히고 있다. 기술력을 무기 삼아 몸값을 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일각에선 스타트업의 AI 역량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랑하는 기술이 단순한 검색이나 보조 챗봇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니콘들은 테크 전문 인력을 회사에 불러들이고 있다. 무신사는 비어 있던 테크부문장에 요기요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전준희 씨를 영입했다. 그동안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사업을 키워 온 회사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선 주요 플랫폼 간 개발 언어부터 통일하기로 했다. 임직원의 최소 40%를 AI 등 테크 인력으로 채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컬리는 AI 관련 예산을 2년 새 두 배 늘릴 정도로 적극적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검색 서비스를 구축했다. 구매 확률 예측부터 리뷰 분석, 상품 큐레이션 등 10여 개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당근은 불법 수익을 올리는 전문 업자를 잡아내기 위해 LLM 로직을 도입했다. 배달의민족(AI 메뉴판, AI 배차), 직방(AI 데이터 솔루션)도 다양한 방향으로 AI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최근 들어 AI를 적극 활용하고 테크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 건 플랫폼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당수 유니콘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높은 몸값을 받으려면 플랫폼 사업자 이상의 기술적 역량을 인정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크게 나지 않는 플랫폼 사업만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술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공략에 실패하고 국내 시장에서 골목대장 역할만 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기술 측면에서 ‘한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AI 역량은 필수다. 해외 투자사의 마음을 얻으려면 내수 위주 플랫폼 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올해 탄생한 신규 유니콘인 리벨리온, 에이블리, 스픽이지랩스 등은 AI 기업이거나 AI를 강조하는 회사들이다. 에이블리에 1000억원을 투자한 중국 알리바바는 에이블리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학습 앱 스픽이지랩도 포화 시장으로 여겨지던 국내 영어교육 시장을 ‘AI 회화’라는 아이템으로 뚫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투자 유치 시 AI를 언급한 스타트업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게는 50% 더 많은 자금을 확보했다.
법률 플랫폼 로톡으로 유명한 로앤컴퍼니도 리걸 AI 솔루션 ‘슈퍼로이어’로 사업의 무게추를 옮겼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알스퀘어는 상업용 부동산 전문 AI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내놨다.
많은 스타트업이 앞다퉈 플랫폼에 AI를 적용하고 있지만 아직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장은 AI지만 실제로 뜯어보면 검색 자동화 수준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일부 스타트업의 신규 AI 서비스는 오히려 일반 서비스보다 기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한 커뮤니티 플랫폼 관계자는 “투자받으려고 AI를 얼기설기 붙여놓은 곳이 많은데 무의미하다”며 “그 노력을 서비스 설계에 쓰는 게 낫다”고 했다.
자본이나 체력 없이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AI 도입을 추진하다가 나가떨어지는 초기 스타트업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 AI 인력의 연봉은 일반 엔지니어보다 높은 게 보통이다. 인프라 구축에도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개인정보 문제와 저작권, 알고리즘의 공정성 등 윤리적,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이에 대응할 자원도 필요하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AI 기술 씌우는 유니콘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자체 소규모언어모델(sLLM)을 개발해 주요 플랫폼에 적용했다. 여행 부문에 특화한 AI 모델이다. 그동안 쌓아놓은 숙박, 항공, 여가 데이터를 개발에 활용했다.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대표는 최근 미국 나스닥 인터뷰에서 “버티컬 AI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키우는 중”이라고 했다. AI가 여행 계획을 자동으로 짜주거나 숙박 업체에 가장 합리적인 숙박료를 실시간으로 제안한다. 숙박 예약 플랫폼을 넘어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모습이다.유니콘들은 테크 전문 인력을 회사에 불러들이고 있다. 무신사는 비어 있던 테크부문장에 요기요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전준희 씨를 영입했다. 그동안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사업을 키워 온 회사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선 주요 플랫폼 간 개발 언어부터 통일하기로 했다. 임직원의 최소 40%를 AI 등 테크 인력으로 채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컬리는 AI 관련 예산을 2년 새 두 배 늘릴 정도로 적극적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검색 서비스를 구축했다. 구매 확률 예측부터 리뷰 분석, 상품 큐레이션 등 10여 개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당근은 불법 수익을 올리는 전문 업자를 잡아내기 위해 LLM 로직을 도입했다. 배달의민족(AI 메뉴판, AI 배차), 직방(AI 데이터 솔루션)도 다양한 방향으로 AI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기술 역량으로 몸값 높인다
대다수 국내 유니콘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플랫폼 기업이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거래를 모바일 앱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서비스 편의성을 앞세웠기 때문에 그동안 플랫폼 뒤에 있는 테크 역량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이들 기업이 최근 들어 AI를 적극 활용하고 테크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 건 플랫폼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당수 유니콘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높은 몸값을 받으려면 플랫폼 사업자 이상의 기술적 역량을 인정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크게 나지 않는 플랫폼 사업만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술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공략에 실패하고 국내 시장에서 골목대장 역할만 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기술 측면에서 ‘한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AI 역량은 필수다. 해외 투자사의 마음을 얻으려면 내수 위주 플랫폼 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올해 탄생한 신규 유니콘인 리벨리온, 에이블리, 스픽이지랩스 등은 AI 기업이거나 AI를 강조하는 회사들이다. 에이블리에 1000억원을 투자한 중국 알리바바는 에이블리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학습 앱 스픽이지랩도 포화 시장으로 여겨지던 국내 영어교육 시장을 ‘AI 회화’라는 아이템으로 뚫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투자 유치 시 AI를 언급한 스타트업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게는 50% 더 많은 자금을 확보했다.
“독보적 업체는 아직 없어”
AI를 활용한 플랫폼 고도화를 넘어 아예 AI 데이터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자체 데이터가 이들의 경쟁력이다. 국내 1위 모바일 식권 업체인 식신은 외식 전문 AI 솔루션 ‘메타덱스’를 최근 출시했다. 식신이 보유한 맛집 100만 곳의 데이터, 월 35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 데이터를 기초로 개발했다. AI가 메뉴 트렌드를 알려주면 기업이나 외식업 사업자는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거나 신규 서비스 개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법률 플랫폼 로톡으로 유명한 로앤컴퍼니도 리걸 AI 솔루션 ‘슈퍼로이어’로 사업의 무게추를 옮겼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알스퀘어는 상업용 부동산 전문 AI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내놨다.
많은 스타트업이 앞다퉈 플랫폼에 AI를 적용하고 있지만 아직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장은 AI지만 실제로 뜯어보면 검색 자동화 수준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일부 스타트업의 신규 AI 서비스는 오히려 일반 서비스보다 기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한 커뮤니티 플랫폼 관계자는 “투자받으려고 AI를 얼기설기 붙여놓은 곳이 많은데 무의미하다”며 “그 노력을 서비스 설계에 쓰는 게 낫다”고 했다.
자본이나 체력 없이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AI 도입을 추진하다가 나가떨어지는 초기 스타트업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 AI 인력의 연봉은 일반 엔지니어보다 높은 게 보통이다. 인프라 구축에도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개인정보 문제와 저작권, 알고리즘의 공정성 등 윤리적,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이에 대응할 자원도 필요하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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