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한국 기업의 반덤핑 제소 건수는 9건으로 집계됐다. 2014년(10건)이래 최대치다.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침해 제소도 같은 기간 14건으로, 기존 최고치인 2019년(13건)을 넘어섰다.
둘을 합한 무역구제 전체 건수는 역대 최대 규모인 23건에 달한다. 기존 역대 최고치인 1991년(23건)과 같은 수치로, 1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확산 여파로 21건을 기록했던 2019년보다도 늘었다.
무역구제는 중국 등의 저가 공세와 지재권 침해로 압박 받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보내는 ‘위기 신호’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11월까지 이뤄진 반덤핑 제소 9건 중 8건이 철강, 화학 분야에 쏠렸다. 국가별론 중국이 7건을 차지했다.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에 나선 것을 비롯해 PET수지(티케이케미칼), 석유수지(코오롱인더스트리)등 기초화학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가 이뤄졌다.
중국산 열연, 일본산 골판지 등 최근 관련 업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반덤핑 제소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직후인 2002년 기록한 최고치(11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제품의 디자인권 침해가 주를 이뤘던 지재권 분쟁도 바이오,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특허권 분쟁으로 고도화되는 양상이다. LG화학이 중국 회사가 양극재(NCM811)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를 신청하는가 하면, 반대로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백신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신청한 건도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되지 못하는 중국산 제품이 한국 등 제 3국으로 쏠리며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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