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주가가 자금조달 풍문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브릿지바이오는 코스닥 상장유지 요건인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의 자기자본 50% 요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금조달을 진행 중이다. 연내 자금조달에 성공해 법차손이 해결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전날 브릿지바이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71%(1135원) 오른 4955원으로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브릿지바이오는 올해 하반기 내내 주가 급등락이 반복됐다.
지난 7월 1800원대였던 주가는 10월 5800원대까지 치솟았다. 11월 2700원대까지 급락했고, 이달 들어서 다시 4900원대까지 돌파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브릿지바이오가 하반기 동안 200% 가까이 널뛰기 양상을 나타낸 배경에는 법차손 해결 풍문이 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최근 3개년 사업연도 중 2개 사업연도의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3년을 유예한다.
2019년 상장한 브릿지바이오는 2023년부터 법차손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법차손 비율이 50% 넘었다. 올해도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차손 비율이 50%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3년간 2회에 해당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게 된다.
관리종목에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주권매매가 정지되지는 않는다. 관리종목 지정 당일 하루 동안만 거래가 정지되고, 다음 날부터 평소처럼 매매할 수 있다. 다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주가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고, 메자닌 발행 및 은행 부채의 상환 요청 등 자금조달이 힘들어질 수 있다.
관리종목 지정은 상장법인의 경영악화, 공시의무 해태, 시장 유통성 부족 등과 관련해 상장규정상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시장참여자에게 상장폐지 우려 등의 투자위험을 알리기 위한 제도다. 관리종목 지정 후 해당 사유가 일정기간 동안 해소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 될 수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상반기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15억원을 조달했다. 법차손 해결을 위해서는 연내 약 200억원의 현금이 더 유입돼야 한다. 전환사채(CB)는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해야 한다.
지난 10월 브릿지바이오의 주가가 치솟은 이유는 “국내 대형제약사와 바이오회사의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풍문 때문이다. 이 유상증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후 해외 기관투자자의 투자설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이달 들어 주가가 다시 반등을 나타나게 한 풍문은 ‘글로벌 빅파마 사노피의 투자설’이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회사 측이 직접 기관투자자에 사노피가 투자를 할 거고, 현재 개발 중인 리드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며 “사노피의 지분 투자가 이뤄지면 빅파마가 직접 한국 바이오텍에 지분 투자를 하는 첫 사례”라고 말했다.
빅파마의 바이오회사 투자 방식은 인수합병(M&A)이 대부분이다. 복잡한 회계처리, 주가 급락 리스크 등으로 인해 상장사 바이오텍의 지분 일부를 투자하는 사례는 드물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가 한국 바이오텍 상장사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한 사례는 흔치 않다.
다만 한국노바티스가 투자한 사례가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비상장사였던 파멥신에 2009년 60억원, 2012년 40억원을 투자했다. 다만 100% 직접 투자 방식은 아니었다. 노바티스벤처펀드를 통해 국내 투자기관들과 함께 공동투자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구성해 투자했다.
사노피 투자설과 관련해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자금조달을 위해 해외 투자자를 알아보고 있는 건 맞지만 사노피 투자 소문은 전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올해 남은 2주 안에 자금조달에 성공해 좋은 소식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내 자금조달 계약서가 있으면 관리종목 사유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회계법인에 알아봤더니 연내 투자 확약서가 있으면, 1월에 돈이 들어와도 된다고 했다”며 “3월 2024년 감사보고서 전까지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수출 풍문과 관련해 그는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글로벌 임상 2상 톱라인 데이터가 나온 후 기술수출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글로벌에서 IPF의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는 바이오텍이 몇 곳 없기 때문에 빅파마가 눈 여겨 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BT-877은 글로벌 임상 2상의 후반부 단계이다. 내년 4월 톱라인 데이터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IPF는 폐섬유화의 속도를 늦추는 약물만 있을 뿐 아직 완벽한 치료제는 없었다. IPF 치료제 시장은 2030년 8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빅파마의 IPF 파이프라인을 제외하고 바이오텍이 개발 중인 글로벌 임상 2상 이상 단계의 물질은 BBT-877를 포함해 3개 정도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내달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공식 초청돼 현장에서 기업발표를 진행한다.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내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월 13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제약바이오 투자 업계 최대 규모 행사로 다수의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과 투자자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형 컨퍼런스다. 수많은 빅파마와 미팅이 이뤄지며 기술이전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브릿지바이오는 내년 1월 16일 오전 9시 45분부터 10시 25분까지 40분의 발표 시간을 배정받았다. 세계 톱 제약사들이 발표하는 메인홀과 같은 층인 조지안 룸(Georgian Room)에서 BBT-877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다. 아직 구체적인 트랙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국내 제약사들이 발표하는 APAC 트랙보다 더 큰 트랙”이라며 “JPM으로부터 공식 초청받아 발표하는 건 BBT-877 등 그동안 브릿지바이오가 진행하던 연구개발(R&D)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2월 18일 09시04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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