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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유망 코인이 99% 폭락했다
M코인은 이더리움과 솔라나의 장점을 합친 새로운 코인이다. 이 코인은 출시 직후 에어드롭(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 코인을 무상 전송하는 것)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분배됐다.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모은 코인이었기에 출시 및 에어드롭 당일 국내외 여러 메이저 거래소에 상장이 예고됐다. 그런 전례도 많았다.M코인의 에어드롭 페이지는 12월 9일 20시 35분에 열렸는데(X 공지 시간 기준), 국내 한 거래소는 이 코인을 20시에 상장했다. 한 시간 후인 21시에는 더 큰 국내 거래소와 글로벌 최대 거래소 상장이 예정돼 있었다. 20시부터 21시까지는 ‘깜깜이’ 구간이었다. 출시 직후 코인이라 기준을 잡을 만한 글로벌 시세가 없었고, 국내외 메이저 거래소 상장이라는 ‘호재’가 임박해 있었다. 국내 거래소에서 M코인은 20시부터 20시 38분까지는 거래가 없다가, 39분과 40분에는 10~40원대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41분에 99만85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42분부터 하락을 시작한 M코인은 해외 거래소 상장 후인 21시8분께 2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렇게 가격이 급등락하자 이례적으로 국내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 실시간으로 강력한 비난 여론이 일었고, 국내 대형 거래소들은 상장 5분 전인 20시 55분에 상장 연기를 공지했다. 이후 해당 국내 거래소의 커뮤니티 페이지에서는 ‘-99% 인증’이 줄지어 게시됐다. 15일 현재 M코인은 900원대에 거래 중이다.
‘상장 빔’ 누구의 잘못인가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17~2018년 ICO 대유행 시기부터 거래소 상장 직후 코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소위 ‘상장 빔’ 현상은 종종 있었다. 거래소 점검 등의 이유로 특정 거래소가 타 거래소와 코인 이동이 막힐 때 해당 거래소 내부에서만 가격이 크게 오르는 소위 ‘가두리 빔’ 현상도 아주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업계 내외의 많은 질타를 받았다. 아마도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처음 발생한 ‘상장 빔’ 사건이라 그런 것으로 보인다.문제가 발생하면 자연스레 ‘누구의 잘못인가’를 찾기 마련이다. 시선은 M코인을 상장한 거래소로 먼저 향했다. 유동성이 부족한 코인을 너무 일찍 상장해 투자자 보호를 다 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다. 거래소 시스템 오작동으로 잘못된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거나 매수매도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니었다. 주문은 이용자들이 낸 가격에 정상적으로 체결됐다. 매매도 멈추지 않았다. 99만 원에 M코인을 산 이용자는 99만 원에 매수 주문을 낸 것이다. 그리고 ‘상장 빔’ 현상은 전부터 있었다. ‘상장 빔’으로 검색하면 수년 전부터 여러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M코인 사건이 이전과 다른 것은 ‘유동성이 부족한 코인’이라는 점이다.
최고 99만8500원, 최저 2만9930원이 기록된 20시 41분 분봉을 보면 거래량이 총 757개다. 상장 초기 가격 215원으로 계산하면 약 16만 원 정도다. 이렇게 적은 수량의 M코인이 해당 거래소에서 매도 물량으로 나왔는데, 일부 투자자들이 넣은 시장가 매수 주문이 매우 고가에 체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용자의 잘못인가? 1분 동안 수천 배가 등락한 상황이므로 이용자는 100만 원 가까운 가격에 체결될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매수 주문을 넣었을 수 있다. 이용자 스스로 부주의라고만 하기에는 이용자도 억울한 면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급등락의 원인이 된 유동성 부족은 누구의 잘못일까?
시장조성자 제도가 필요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코인을 직접 사 와서 오더 북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모로 불법이다. 결국 이용자들이 가져오는 유동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유동성은 거래지원 개시(상장)를 해야 확인할 수 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이렇게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 거래 시 상기한 부작용 등을 막기 위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 MM), 유동성공급자(liquidity provider, LP) 제도가 정착돼 있다.
한국거래소(KRX)의 시장조성자는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특정 종목에 대해 지속해서 매수 및 매도 호가를 제시하여 투자자들이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1999년 파생상품 시장에 처음 도입됐고 2005년 주식시장으로 확대됐다. 유동성공급자 제도는 시장조성자 제도와 유사하나, 거래소가 아닌 발행사와 계약을 맺고 호가 제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지속적인 거래 기회를 제공하여 시장 효율성을 증대하며, 시장 깊이(market depth)를 형성하여 가격 발견 기능을 향상한다. 특히 신규 및 소형 자산의 안정적 거래 활성화를 지원한다. 또한 시장조성자가 제공하는 유동성은 호가 스프레드를 축소해서 거래비용과 시간을 축소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거래 효율성을 제고하며, 더 나아가 대규모 거래 발생 시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즉, 시장조성자 제도는 가격 예측성을 향상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며, 급등락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고 효율적인 가격 발견 기능을 촉진하는 최고의 투자자 보호 장치다.
이러한 순기능에 힘입어 나스닥(NASDAQ)과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은 지정시장조성자(Designated Market Maker, DMM)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런던증권거래소(LSE),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FWB) 등도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메이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자체적인 시장조성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공식적으로 공개되진 않으나 상장조건(listing criteria)에 시장조성자 또는 유동성공급자를 확보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는 정보도 있다. 특히 뉴욕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하에 있으며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인 코인베이스가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의 시장조성자 제도가 건전하고 합리적인 투자자 보호 제도라는 것을 방증한다.
양지에서 관리해야
문제는 우리나라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는 시장조성자 제도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선 법인과 기관 진입이 차단돼 있다는 점이 첫 번째 걸림돌이며, 이것이 허용된다고 해도 2017년부터 이어져 온 금융당국의 ‘안티 크립토’ 기조가 규모 있는 업체들의 진입을 꺼리게 한다.그 부작용도 상당하다. 합법적인 시장조성자 제도가 부재한 틈을 타 오랜 기간 무자격 개인들이 자신을 ‘마켓메이커’라 부르며 가상자산 시장에서 활동해 왔다. 이들 중 일부는 코인 발행사 또는 소위 ‘컨설팅업체’ 등과 한 팀이 돼 시장조성이 아닌 시세조작을 했고, 더 나아가 상장 및 시세조작만을 목적으로 코인을 발행하는 일들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국내에서도 ‘김치코인’들은 신뢰를 잃었고, 감독 당국도 가상자산 업계를 더욱 불신했으며, 규제와 입법이 지연되는 동안 사각지대에서 무자격 업자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올해 7월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고 이상 거래에 대한 처벌조항이 생겨 시세조작은 일단 줄어든 듯하지만, 일부 거래소를 제외하면 시장 유동성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다. M코인 사건과 같이 유동성이 부족하면 결국 개미 투자자들이 더 많은 거래비용을 내게 된다.
일각에서는 믿을 수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 어떻게 시장조성자 제도를 허용하겠느냐고 묻는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장조성자 제도는, 한국거래소나 나스닥이나 코인베이스와 같이, 우리 가상자산 시장에도 꼭 필요하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무자격 개인들이 음지에서 하는 것보다는 자격을 갖춘 믿을 수 있는 업체들이 정해진 규칙대로 당국의 관리·감독 하에서 해야 한다. 양지에서 떳떳하게 운영되는 시장조성자가 필요하다. 불법적인 시세조작을 막고, 시장 충격을 완화하며, 더 효율적인 가격발견 기능을 제고해 개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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