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맨’.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1994년 롯데칠성에 입사해 30년간 몸담은 그는 2020년 11월 롯데칠성의 수장이 되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이후 2022년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롯데그룹이 쇄신을 예고하며 대대적인 임원 교체를 실시했으나 박 대표는 그간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끈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소비자 니즈를 정확하게 읽어낸 제품을 출시하면서 롯데칠성이 국내외 음료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제로’ 제품 출시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음료 산업에서 건강과 동시에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이른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이 불자 박 대표의 지휘 아래 롯데칠성은 발 빠르게 관련 제품들을 선보였다.
2021년 ‘칠성사이다 제로’와 ‘펩시 제로’의 출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제로슈거’ 비즈니스 확대를 시작했다. 2022년 ‘탐스 제로’, 2023년 ‘밀키스 제로’ 출시에 이어 올해는 ‘밀키스 딸기&바나나’, ‘칠성사이다 제로 그린플럼’, ‘게토레이 제로’ 등을 선보이며 지속적인 제로 음료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
맛과 건강이라는 ‘두 토끼’를 잡은 제로 음료는 롯데칠성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제로 제품의 매출은 2021년 890억원에서 지난해 2730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올해도 전년 대비 약 10% 성장한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도 밝다.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내부 데이터 기준으로 롯데칠성은 꾸준히 성장하는 국내 제로 칼로리 음료 시장점유율 49.3%(지난해 기준)를 기록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류시장에서도 ‘제로슈거 소주’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대표 제품이 ‘새로’다. 2022년 9월 출시한 제로슈거 소주 새로는 전통미를 강조한 투명 병과 ‘새로구미’라는 구미호 캐릭터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앞세운 독특한 마케팅으로 약 7개월 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했다. 올해 7월에는 출시 22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억 병을 넘어서며 국내 소주 시장의 새바람을 일으킨 ‘메가브랜드’로 등극했다.
박 대표와 함께 롯데칠성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10월 매출 약 1조원 규모의 ‘필리핀펩시’의 지분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취득하고 글로벌 종합음료기업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총 7개국에서 해외 법인을 운영하며 현지 마케팅 활동 및 꾸준한 로컬 채널 입점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롯데칠성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0년 10%에서 2023년 20%로 성장했다. 올해는 36%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성장동력 확보, 가치사슬 고도화,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 등의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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