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도전장 낸 DL이앤씨, 지속 성장 초석 다진다

입력 2025-01-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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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DL이앤씨
유성훈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 상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주요 IT 기업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소형모듈원전(SMR)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자력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외 에너지 기업도 산업 부문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SMR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DL이앤씨가 신사업으로 SMR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그간 설계·조달·시공(EPC)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SMR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가 2024년 상반기 글로벌 SMR 사업자인 엑스에너지, 한전KPS와 3사 간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 외에도 사우디 해수 담수청(SWCC)과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적용하는 등 많은 국가에서 SMR 관련 업무협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DL이앤씨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SMR’이 핵심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차세대 원자로라고 평가받는 SMR은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 기술개발, 설비 표준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며 안정성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유성훈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 상무를 만나 DL이앤씨가 SMR 시장 선점에 나선 이유와 시장 진입 전략을 들어봤다.

- SMR, DL이앤씨의 지속가능경영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은 온실가스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DL이앤씨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실가스배출은 스코프 1(직접배출량), 스코프 2(에너지원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량),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으로 구분된다. 이 중 SMR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에 스코프 2 부문에서 가장 유력한 탈탄소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코프 1과 관련해서는 분사한 카본코를 통해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 기존 원전과 비교해 SMR의 환경적 장점은 무엇인가.

“SMR은 대형 원전과 유사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2가지 주요 차이점이 있다. 첫째, 부하 추종 운전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는 출력 조절 능력을 의미하며, SMR은 다른 발전원과 비교해 월등히 우수하다. 신재생에너지는 계절과 날씨 변화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간헐성 문제가 있지만, SMR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부하 추종이 용이하다는 특성 덕분에 신재생에너지를 더 늘릴 수 있는 보완제 역할을 한다. 둘째, 기저 발전으로서 역할이다. SMR은 출력 조절이 쉬워 국가 단위 에너지 믹스(전환) 과정에서 기저 발전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을 보완하면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가능케 한다.”

- 또 다른 장점도 있는가.

또 다른 장점은 공간 활용성이다. 대형 원전은 원자로를 중심으로 반경 16km가 비상
계획구역(EPZ)으로 설정된다. 이는 비상 상황 발생 시 긴급 보호 조치를 위해 설정되는 구역으로 중요 시설을 이 구역 안에 배치할 수 없다. SMR은 다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SMR의 EPZ 영역을 사실상 시설 부지(site) 이내로 설정했다. SMR의 안정성이 기존 원자로보다 훨씬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SMR은 수요처 인근에 설치가 가능하며, 이에 따라 송전망 투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원전, SMR은 친환경 비즈니스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유럽은 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먼저 포함했으며,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K-택소노미에서도 원자력을 포함했다. 두 기준에서 원자력과 SMR이 친환경 비즈니스로 인정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신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최신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충족하기 쉬운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사고 저항성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는 적용 시점에 차이가 있다. 유럽은 2025년부터 이러한 연료를 사용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2031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럽에서는 웨스팅하우스 같은 기존 연료 개발사들이 해당 연료를 이미 개발 중이며, 2025년 말까지 실증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전원자력연료(KNF) 역시 관련 연구에 착수해 동일 시점까지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 처분해야 한다는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이는 가장 큰 난관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대형 발전소에서 배출된 연료를 습식 수조에 저장해 식히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약 5년간 습식 저장 후 충분히 식었다고 판단되면 건식 저장 시설로 옮겨 보관한다. 건식 저장 시설은 습식 저장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영구 처분장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문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 주민 수용성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SMR과 관련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사회적 합의와 주민 수용성이다. 유럽에서는 핀란드가 가장 먼저 영구 처분장 계획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고 이를 추진 중이다. 이후 스웨덴과 프랑스에서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영구 처분장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유럽은 영구 처분 문제를 비교적 선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구 처분장 문제는 2050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우리나라 역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지 선정과 주민 수용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는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일관된 정책 추진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이를 통해서만 SMR 도입이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SMR 부문 투자는 원활한가.

“SMR 관련 투자는 크게 2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SMR 개발사 자체에 대한 투자고, 또 다른 하나는 SMR을 활용한 프로젝트 진행 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다. 첫 번째 경우 SMR 개발사에 대한 투자는 현재 대부분 전략적 투자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엑스에너지에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두산과 협력해 SMR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투자자가 SMR 밸류체인 내에 속한 전략적 투자자들이었다. 이는 SMR을 실제로 사용하려는 수요자, 예를 들어 유틸리티 기업, 건설사 또는 SMR 관련 기기를 제조하는 기업이 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사례도 있다. 이들은 단순히 그린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SMR 기술을 통해 탈탄소화를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SMR 관련 투자는 전략적 투자와 그린 투자가 혼재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SMR이 해상풍력이나 태양광발전을 상당 부분 대체 가능하리라 보나.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지형적 제한 요건이 많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우리나라로 들여오려면 대부분 생산 가능 지역이 중동·호주의 일부, 북미 지역 정도로 제한된다. 이들 지역이 풍부한 태양광 자원이나 해상풍력을 활용해 청정에너지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전 세계 어디서나 신재생에너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도 충분히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수력발전 역시 청정에너지원으로 평가되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활용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SMR 같은 원자력은 이러한 지형적 제한 요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물론 대형 원자로는 냉각을 위한 막대한 물 자원이 필요하기에 바닷가나 강 근처에 위치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SMR은 지형적 조건이 크게 완화된다. 따라서 SMR은 안전성이 입증되고, 이를 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해 주민 수용성만 확보되면 지리적 제한 없이 다양한 지역에 설치할 수 있는 유력한 에너지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SMR이 수자원 사용도 절감할 수 있나.

이 질문은 기술적인 답변이 필요하다. 우리와 협력하는 엑스에너지는 4세대 SMR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기존 원자로와 달리 원자로를 식히는 데 물 대신 헬륨을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원자로 냉각 과정에서 물 사용량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헬륨 기체는 화학적으로 방사화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는 방사선에 오염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해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방사능에 의해 바다가 오염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적 특성은 SMR이 환경적으로 안전한 에너지 솔루션으로 평가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 초기 성공 사례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 같은 건설사 입장보다는 발주를 내고 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주나 운영사 입장에서 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다. 일부 사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SMR을 두고 ‘아직은 페이퍼 기술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SMR이 아직 어느 곳에서도 성공적으로 건설되고 운영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기술적으로는 사실이다. 미국 NRC에서 SMR 기술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실제로 건설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과정을 극복하고 몇 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한 사례가 있어야 SMR이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성공 사례는 SMR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최초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우리와 협력하는 엑스에너지가 초도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사업주는 다우케미칼이며, 미국 에너지부가 자금의 50%를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부지는 텍사스에 위치한 다우케미칼 석유화학 공장 부지 옆에 있다. 석유화학 공장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다우케미칼이 이런 시설 옆에 SMR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기술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SMR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이후에는 미국 내 더 많은 지역, 예를 들어 도시 근처나 데이터센터 부지 등으로 설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처럼 원자력 선도국들이 민가 옆에서 SMR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로 확산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전파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해 긍정적 기대를 가지고 있다.”

- 참여 예정 프로젝트는.

“우리는 엑스에너지와 협의해 일부 설계 작업에 참여했으며,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도 인력을 파견해 경험을 쌓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주요 목표는 현재 진행 중인 엑스에너지 초도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우리는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에너지 노스웨스트가 발표한 SMR 프로젝트 3개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엑스에너지의 SMR 기술을 채택했으며, 아마존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뿐 아니라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엑스에너지에 초도기 이후의 핵심 프로젝트일 뿐 아니라 전 세계 SMR 개발사와 EPC(설계·조달·시공) 회사들이 주목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해당 프로젝트의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앞으로 SMR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 예정인가.

“계열사 중에는 DL에너지 같은 에너지 프로젝트 개발 사업자가 있다. 쉽게 말해 아파트 개발에서 시행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DL이앤씨는 SMR 사업에서도 기획, 파이낸싱, 발주, 건설, 운영까지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는 노르웨이·사우디아라비아·필리핀 등 여러 국가에서 SMR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SMR 프로젝트 개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 끝으로 DL이앤씨에 SMR은 어떤 의미인가.

“회사가 전략적 투자를 통해 해당 상품을 신규 포트폴리오로 편입한 사례는 DL이앤씨 역사상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이번 사례는 ESG 관점에서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처음으로 추가한 의미 있는 사례다. 만약 SMR 사업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기존 발전 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점차 제외되고 있는 석탄화력과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스 발전을 SMR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함과 동시에 DL이앤씨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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