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8일 15: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업체 뮤렉스파트너스의 카카오VX 인수가 무산됐다. 골프 업황 침체를 우려한 기관투자가들이 출자에 선을 그으면서 자금 모집에 실패한 탓이다. 카카오VX는 스크린골프와 골프장 위탁운영 등 핵심 사업은 남겨두고 비주력 사업에선 철수한 뒤 체질을 개선해 재매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8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카카오VX 인수를 추진해왔던 뮤렉스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다.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뮤렉스파트너스는 밸류에이션 조정을 시도했으나 매각 측이 이를 거절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뮤렉스파트너스는 당초 카카오VX 최대주주(지분율 65.19%)인 카카오게임즈 지분 대부분과 원아시아파트너스(17.2%), 큐캐피탈(9.3%), 스톤브릿지캐피탈(3.8%), KB증권(1.8%) 등 재무적투자자(FI) 지분 일부를 포함해 50% 가량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 지분 전량 기준 기업가치는 3000억원으로 평가했다. 뮤렉스파트너스는 과거 야놀자와 함께 골프장 ERP(전사자원관리시스템) 업체 그린잇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매각 초기부터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뮤렉스파트너스는 펀딩 단계에서 애를 먹었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카카오VX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보이며 출자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들은 골프 업황이 이전보다 좋지 않고 인수 뒤 카카오그룹 그늘에서 벗어나면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적도 하락세다. 골프 붐이 일었던 2022년 당시 1777억원이었던 매출은 작년 1471억원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163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77억원 적자전환했다.
카카오VX는 저수익 사업은 정리해 체질을 바꾼 뒤 다시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주력 사업인 스크린골프와 골프장 '세라지오 GC' 위탁운영은 유지하되 블록체인, 헬스케어, 골프용품 사업은 정리하기로 했다.
FI들의 투자 회수는 멀어지게 됐다. 투자자들은 2027년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투자금을 베팅했지만 실적 악화로 IPO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각도 투자했을 당시보다 낮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에서 추진되고 있다. 가장 최근 투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는 2021년 카카오VX 기업가치를 약 5800억원으로 보고 1000억원을 투입했다.
2012년 마음골프로 설립됐던 카카오VX는 2017년 카카오게임즈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 카카오의 스포츠 전문 계열회사로 사업을 영위해왔지만 모회사 카카오게임즈의 주력 사업인 PC·모바일 게임과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해 매물로 내놨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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