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큰손' KT도 사업 철수...호텔의 주인이 바뀐다

입력 2024-12-28 08:51   수정 2024-12-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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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KT는 국내 호텔업계에 보이지 않는 ‘큰손’으로 불린다. 과거 KT는 기간 통신사였던 시절 서울 요지에 수많은 전화국을 보유했었다. 그러나 이후 민영화의 길을 걷게 되고 통신기술과 장비 발달로 대다수 전화국이 필요가 없어지게 되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뛰어들게 된 것이 호텔 사업이다. 자산가치를 높이며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호텔에 주목하게 됐다.

이후 KT는 전화국을 하나 둘 리모델링해 호텔 브랜드에 위탁운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지난해 기준 KT 전체 영업이익의 10%가 호텔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KT가 최근 호텔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호텔을 판 돈으로 인공지능(AI) 사업 및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 호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KT뿐만이 아니다. DL그룹, 롯데 등이 자사가 보유한 호텔의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최근 국내 호텔 ‘몸값’이 훌쩍 뛰면서 여러 기업들이 사업재편과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호텔을 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이목이 쏠리는 건 단연 KT다. KT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안다즈 강남, 송파에서 운영 중인 소피텔 앰배서더 등 5개 호텔을 판매 목록에 올렸다.
호텔 업계 큰손 KT도 판다

거래가 성사되면 KT는 10년 만에 호텔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된다. 또 2조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부터 호텔 사업 닻을 올린 KT는 한국 호텔시장의 숨은 강자였다. 특히 서울 호텔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업계 1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를 테면 KT가 서울에 보유한 5성급 호텔은 4개다. 5성급 3개를 보유한 롯데(소공동 호텔롯데·잠실 롯데호텔 월드·시그니엘 서울)와 신세계(웨스틴 조선·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JW메리어트 서울) 보다 많다. 작년에만 호텔 사업에서 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KT는 “AI에 집중하기 위한 실탄 확보 차원에서 알짜 사업인 호텔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KT는 AI 기업으로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통해 향후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호텔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글래드호텔을 운영하는 DL그룹도 호텔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글래드여의도와 글래드강남코엑스센터, 메종글래드제주 등의 매각을 검토 중으로 예상 매각가는 6500억원이다. 현재 여러 사모펀드가 DL그룹에 호텔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DL그룹은 2014년 호텔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내세운 지 10년 만에 호텔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된다.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롯데그룹도 호텔을 판다. 지난 11월 기업설명회에서 L7과 시티호텔 가운데 일부를 매각해 6000억원가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L7명동’, ‘L7홍대’, ‘울산시티호텔’ 등 세 곳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여러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자사가 보유하던 호텔을 매물로 내놓은 것은 국내 호텔들의 몸값이 크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가치가 더 높아질 여력이 있지만 각사의 내부 경영상황과 맞물려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하에 호텔을 내놓는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 시장 잠재력은 여전해
전 세계를 뒤흔드는 한류열풍은 해가 지날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높아지며 방한 관광객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도 주요 특급호텔들은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예약률이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텔 컨설팅업체 스타일로프트에 따르면 서울 지역 호텔의 하루 평균 객실 단가도 지난 9월 기준 19만735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상승했다.

호텔업계에서는 여기서 관광객이 더 늘어나면 국내 호텔 시장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호텔들의 객단가가 오르고 매출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런 사실을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모펀드 등이 모를 리 없다. 올해 성사된 호텔 거래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 매각이 대표 격이다. 지난해 9월 매물로 나온 콘래드 호텔은 당초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치열한 경쟁 끝애 ARA코리아자산운용이 4000억원에 이를 사들였다.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둘째로 큰 호텔 거래로 이름을 올렸다.

3·4성급 호텔인 티마크그랜드호텔명동, 신라스테이 광화문도 각각 2282억원, 2890억원에 매각을 완료했다. IB업계에 따르면 두 호텔도 2~3곳가량이 매수 입장을 밝혀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본 KT와 롯데 등도 지금이 호텔을 판매하기 위한 적기라는 판단을 내리고 각각 신사업 투자,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호텔을 매물로 내놨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을 판 돈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12·3 비상계엄’ 여파로 대내적인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매물로 나온 호텔들이 제값을 받는 데 있어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빠른 탄핵으로 비상계엄 사태가 마무리되고 있다”며 “애초 우려했던 예약 취소 사태 등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연말을 맞아 높은 객실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뒤숭숭한 정국이 오래갈 경우 호텔들이 제값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년 관광객이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곧 호텔 요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호텔 매각가 또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다른 호텔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사드 논란이나 코로나19 시기에 호텔 가치가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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