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값싼 전기 요금이 사실상 철강업계에 보조금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내 철강업계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미국 정부의 결정이 현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번 판정은 향후 상계관세 관련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현대제철이 제기하고 한국 정부가 3자로 참여한 소송에서 특정성 판단에 대해 1차적으로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2023년 9월 한국의 전기요금이 저가로 공급돼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판정하면서 철강을 포함한 4개 산업을 묶어 전기사용량 비중이 불균형적으로 많다는 이유로 ‘특정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자국에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업계에선 전체 상계관세 중 전기요금과 관련한 상계관세는 약 0.5%로 봤다.
상계관세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제공한 보조금으로 인해 발생한 불공정한 가격 경쟁을 상쇄하기 위해 부과하는 관세다. '특정성'은 정부 보조금이 특정 기업, 산업, 지역, 조직 등에만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상계관세 부과의 필수 요건이다.
미국의 상계관세 부과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기업과 함께 상무부 판정에 불복, 2023년 11월 CIT에 전기요금 쟁점과 관련해 제소했다.
한국 정부는 △상무부의 불균형성 판단 관련 상무부가 단순히 사용량 절대치만 고려하여 불균형성을 판단했으나 불균형의 정의는 상대적인 수치 등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4개 산업을 묶은 사실(그룹화)과 관련 전기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널리 사용되는 재화는 엄격한 기준 하에서만 그룹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즉 특정성을 판단함에 있어 단순히 전기 사용량의 절대적 규모만 볼 게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매출액, 고용량 등 다른 지표를 감안한 상대적인 비교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아무 관계 없는 4개 산업을 묶어 특정성은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CIT는 한국측 논리를 수용해 미국 상무부의 판단을 파기 환송했다. 상무부는 90일 이내에 특정성과 관련된 기존 판단 수정해 CIT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이번 판정은 현대제철과 관련된 것이지만 향후 유사한 다른 판정에서도 이번 결과가 활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판정이 향후 관련 철강 업체들을 판정을 비롯해 유사한 논리의 상계 관세 분쟁에서도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기업·국내외 로펌과 긴밀한 협의 및 외부 자문 등을 통하여 새 방어 논리를 적극 개발했다"며 "향후 절차에서도 전기요금 상계관세 이슈에 총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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