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리한테 도대체 왜 그랬어요?"

입력 2024-12-18 17:38   수정 2024-12-1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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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불안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한국 경제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 주가 등 각종 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 이미지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막 꽃피기 시작한 K웨이브가 사그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이룩한 그동안의 정치적·경제적 성취가 계엄 사태로 한꺼번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회복을 넘어 더 높게 도약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하룻밤 새 더해졌지만 우리에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저력이 있다.
계엄 후 달라진 세계의 시선
그렇다고 해도 12월 3일 이전과 이후 한국에 대한 세계의 시선과 대접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많은 사례가 있다.

세계적 여행플랫폼 한 곳은 ‘2025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리스트’에 서울과 부산을 넣으려다 제외했다. “아무리 그래도 계엄령을 내린 국가에 여행을 가라고 추천할 수는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기업 한국법인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계엄 선포 다음 날 새벽까지 본사와 지역 헤드쿼터에서 온 문자와 이메일, 전화에 시달렸다. ‘전쟁이 난 것이냐’는 질문에 “괜찮을 것 같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들뿐이겠는가. 글로벌 기업과 시장을 취재하던 한국경제신문 기자들도 추락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바로 체감했다. 한 기자는 태국 방콕의 환전소에서 한화를 내밀었다가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달러와 엔화를 꺼내 밧으로 바꿨다. 평소 원화를 받던 환전소에도 간밤의 뉴스가 전해진 것이었다. 덴마크 출장에서 귀국하던 다른 기자는 현지 공항에서 출국 도장을 찍어준 출입국 사무소 직원으로부터 “한국에서 혹시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다시 돌아오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전쟁터 기업인들의 절망감
‘태어나 보니 선진국’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도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K팝과 K드라마에 빠진 미국 친구들이 정말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냐고 물어 창피했다’는 고등학생 딸의 하소연에, ‘군인 아저씨들이 왜 저래?’라는 초등학생 아들의 질문에 어른들은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10대, 20대가 탄핵 찬성 집회에 대거 참여한 것은 그들이 받았을 충격과 실망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헌법 절차에 따라 국가를 정상화하면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전쟁을 치르는 기업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상상 이상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한 대기업 CEO는 “벼랑 끝에서 버티며 싸우고 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라 대통령이 밀어버린 꼴”이라며 “훼손된 국가 이미지와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한탄했다. 연말 반짝 특수라도 기대했던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의 허탈함은 말해 무엇하겠나.

이런저런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 칩거하며 묵묵부답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대사를 빌려 정말 물어보고 싶다. “우리한테 왜 그랬어요? 정말 열심히 일해온 우리에게 도대체 왜?” 윤 대통령은 제대로 사과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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